01. We Lindy Hop Mui Ne

Dance & Tour의 "JP馬군의 We Lindy Hop the World" 연재 칼럼

무이네(Mui Ne)라는 곳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나는 2010년 전까지 들어본 적이 없는 곳이었고, Vietnam Lindy eXchange (VLX) 에 참석하지 않았다면 지금도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 낯선 이름의 베트남 어촌 마을에 우리에겐 잘 알려지지 않은 평화로운 휴양지가 있다. 사막과 바다가 공존하는 특별한 자연 환경에 둘러싸인 이 곳의 이름이 무이네다.

얼마전 마녀사냥이란 프로그램을 보니 요즘은 한국 관광객이 없는 곳을 찾아다니는 여행족들이 늘어났다고 한다. 나 역시 그런 편인데, 여행을 다닐 때는 철저하게 한국적인 것과 멀어지는 것을 선호한다. 현지 음식을 먹고, 현지인들과 어울리고, 가능하다면 한국인이 없는 곳으로 다닌다. 이후로도 여행을 꽤 다닌 편이지만 단 한 명의 한국인도 마주치지 않은 곳은 많지 않았다. (몽펠리에 정도?) 그런데 무이네는 한국인 뿐만이 아니라, 마을주민이나 호텔 종업원 등을 제외하고는 동양인조차도 없다. 그도 그럴 것이, 호치민(Ho Chi Minh)에서 버스로 5~6시간을 들어가야 하는 외진 곳이니, 휴가 하루이틀을 아껴서 여행을 다니는 동양인들은 엄두를 내기 힘들다. 그래서 한 달 씩 여유있게 머물다 가는 축복 받은 나라의 국민들이 주로 찾는 곳이다.

호치민의 스윙댄스 커뮤니티인 Saigon Swing Cats 멤버들을 처음 만난건 2008 Hong Kong Lindy eXchange (HKLX) 에서였다. 그 중 Donia, Thuy, Hoang 등과 친하게 되었고, 우리는 제주스윙캠프에서 다시 만났다. 그들이 베트남에서 두 번째 VLX를 준비중이라는 말을 들었고, 호치민에 머무는 동안 숙소까지 내어주겠다고 하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나의 다음 여행이자 '우리'의 첫번째 여행의 행선지는 베트남이 되었다.

춤덕들이 득실대는 서울을 제외하고, 아시아권의 스윙씬은 대부분 유사한 발생 형태를 갖는다. 이주 혹은 장기 체류하는 외국 출신 댄서가 커뮤니티를 시작하면, 다른 비댄서 외국인과 일부 현지인들을 주축으로 씬이 발달한다. 현지인의 경우, 여건상 영어가 가능하고 생활에 여유가 있는 이른바 인텔리 계층이 많다. 외국인의 경우 처음 씬을 만들었다고 해도 개인적인 사정으로 언젠가는 떠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해당 씬이 지속되거나 더 클 수 있는지 여부는 열정 있는 현지인이 춤과 집단의 수장이라는 양면에서 리더급으로 성장하느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Saigon Swing Cats의 경우 Thuy가 그 역할을 잘 해주고 있는 것 같다.

* Saigon Swing Cats: http://www.saigonswingcats.com/

Day 1: Saigon Swing Cats의 아지트

생각해보니 2010년 베트남 여행도 크게 준비할 것이 없었다. 공항에서 숙소, 그리고 다음날 집합 장소까지는 Donia가 안내를 해줬고, 그 이후는 VLX 인솔에 따라 다니기만 하면 됐다. 식사를 하기 전에 숙소에 들러 짐을 풀었는데, 그곳에 한국의 댄서들이 종종 얘기하는 스윙댄스마을이 있었다. Saigon Swing Cats의 주요 멤버이자 마음에 맞는 5~6명의 친구들이 방이 여럿 달린 집을 구해서 함께 살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집 최고의 장소는 모두가 함께 모이는 옥상에 있었다. 테이블과 의자, 바베큐그릴, 바, 영사기, 그리고 시내가 내려다 보이는 그곳에서 그들은 매일 함께 춤 얘기를 하고 있었다.


Day 2: Mui Ne로 가는 버스

무이네는 호치민에서 버스로 5시간 정도를 가야 하기 때문에 주최측에서 버스를 대절했다. 버스를 타기 위한 시내의 집합 장소에서 한국 댄서들을 포함해서 여러 나라에서 온 참가자들을 처음으로 만났다. 그리고 그 때 알게된 친구들은 대부분 아직까지 연락을 하고 지내고 있다. 한국 댄서들은 원래 알던 사람도 있고, 처음 인사를 나눈 사이도 있는데, 추억을 공유했다는 감정 때문인지 아직도 그 사람들을 만나면 묘한 기분이 든다. 여행이 갖는 또 하나의 매력이다.

VLXers / photo by Choe

캄보디아에도 스윙씬이 있다는 걸 이 때 처음 알았는데, 이 캄보디아(에 거주중인 외국인) 댄서들은 한국 댄서들과 많이 친해져서 나중에 한국에 놀러오기도 했다. 그 중, 지금은 blues 씬에서 활약중인 Louise는 심지어 한국 댄서들이 뒷풀이 겸 마련한 VLX 참가자 MT까지 함께 가기도 했다.

VLX 뒷풀이 / photo by ?

숙소 겸 메인 행사장은 Novela Muine Resort & Spa라는 곳으로, 상당히 깔끔하고 플로어로 활용 가능한 마루바닥까지 갖추고 있어 최적의 장소였다. 이런 훌륭한 장소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은 행사에 포함된 패키지 형식으로 현지인들이 직접 계약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photo by Michel

첫날 파티는 다소 어색한 분위기에서 서로 알아가는 welcome party 분위기로 진행되었다. 그 동안 일본이나 홍콩 행사들을 통해서 아시아권 댄서들의 수준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솔직히 큰 기대는 안했는데, 의외로 잘 추는 댄서들이 꽤 있었다. 그 중에는 Phnom Penh에 스윙씬을 만든 Robyn이라는 팔로워도 있었다. 당시에는 커뮤니티 이름이 Phonm Penh Pswing인가 재미있는 이름이라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지금 찾아보니 Penh Swing으로 이름이 바뀐 것 같다.

* Novela Muine Resort & Spa: http://www.novelaresort.vn/
* Swing Penh: http://www.swingpenh.com/

Day 3: Sand Dunes

본격적인 VLX 행사는 관광, 물놀이, 맛있는 음식, 그리고 파티로 가득찬다. 무이네에서의 둘째날 일정은 모래 언덕 관광부터 시작했다. 무이네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 중 하나가 독특한 자연 경관인데 바닷가에서 벗어나 차로 조금만 달리면 정글이 나타나고 정글을 헤치고 지나가면 사막과 같은 모래 언덕이 나타난다. 그리고 비닐장판을 썰매라며 대여해 준다는 동네 꼬마들도 나타난다.

Jungle Shim Sham / photo by Choe


메인 행사장으로 사용된 Sankara는 풀사이드에 테이블과 썬베드 등이 놓여진 레스토랑 겸 바(bar)로 영화에 나올 듯 근사하게 생겼다. 물에 뛰어들고, 먹고, 마시고, 춤추고, 그러다가 또 물에 뛰어들고. VLX를 정말 제대로 즐기는 행사로 기억하게 된 건 이 장소 덕이 컸다.

photo by 마야

Day 4: 먹고 쉬고

이 날은 특별히 관광 없이 메인 행사까지 자유롭게 지냈다. 근처의 맛있는 씨푸드 레스토랑에서 고수 가득 들어있는 지역 음식을 실컷 먹기도 하고, 미안할 정도로 저렴한 가격에 알로에 마사지를 받기도 했다. 하긴 이렇게 멋진 장소를 섭외해 놓고 일정이 너무 많아서 즐기지 못한다면 그것도 그 나름대로 아쉬운 일이다.


그리고 그날 밤 가방 깊숙히 숨겨둔 반지를 꺼냈다. 파티가 모두 끝나고 한국 댄서들끼리 모인 술자리에서 나는 그녀를 따로 불러냈다. 그리고 무이네의 바닷가에서 청혼을 했다. 아직 프로포즈를 해야할 남자들에게 한마디 하자면, 청혼반지는 무조건 크고 비싼걸로 해라. 그리고 거절당하면 바다로 던져버려라?

photo by 마야

Day 5: 비행기 타기 전까지 춤을

아쉬움을 뒤로하고 돌아온 호치민. 늦은 밤 비행기라 시간은 아직 조금 남았다. 남아있는 참가자들과 저녁을 함께 먹고 고민 끝에 Saigon Swing Cats가 소셜을 하는 장소까지 함께 갔다. 비행기 시간이 아슬아슬해서 포기해야 하나 생각도 들었지만, 여기까지 와서 호치민의 소셜을 경험해 보지 않고 돌아간다면 그것도 큰 후회가 될 것 같았다.

소셜 장소는 일반 카페였는데, 꽤 큰 공간이 가운데 있는 편안한 분위기의 독특한 장소였다. 카페이므로 음료를 주문하면 별도의 입장료는 없다. 이런 곳에 오면 적당히 음료를 마시는 등 소비를 하는게 행사 주최자에게 도움이 된다.

the last dance / photo by 마야

피곤한 몸에, 시간에 쫓기고, 장소는 좁았지만 서너곡의 춤만으로도 기억에 남는 베트남에서의 마지막 밤.

* Nha Hang Ngon: tripadvisor
* La Fenetre Soleil: http://lafenetresoleil.com/



목록으로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역삼] 창고43 강남점 ★★★★

[방배] 실내포차(방배버들골이야기) ★★★★

(장충) 아시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