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그랑블루 ★★★★★

서울 용산구 회나무로13가길 40 경리단길


  • 10여명이 앉을 수 있는 대형 원테이블을 공유하는 특이한 구조. 음식, 디저트 모두 마음에 들었고, 오너쉐프(?)님이 무척 친절하고 설명도 자세하게 해주셨다. 오늘의 와인이 상당히 인상적. 주차는 가능한데 난이도가 있어서 도착 후 문의.

2024-03-02 SAT

오늘은 그분께서 쏘신다고 이태원으로. 20% 할인해서 구매한 이태원 상권 상품권 유효기간이 임박했다고 한다. 세 곳 중 고르라고 해서, 고민 안하고 네이버 평점 높은 순으로. 작성 시점 기준 4.82다.


간판이 없어서 지나칠 뻔. 컨셉은 알겠는데 주변과 조화 문제 때문인지 이 부분은 조금 아쉽다. 도착 전에 전화로 주차 문의를 했는데, 일단 와서 전화하라고. 건물 우측에 주차장이 있긴 한데 경사가 급해서 세단은 앞 범퍼가 긁힐 수 밖에 없다. 결국 오너쉐프(추정)님 제안대로 입구 옆에 붙여서 주차했다. 


조금 다른 의미의 원테이블 식당. 커다란 테이블 하나에 좌석은 10개 내외 쯤 된다.


미리 예약했더니 창가쪽으로 두 자를 붙여서 준비해 주셨다. 


작은 골목가의 주택가지만 절묘하게 삼거리를 마주한 통창이라 답답한 기분은 들지 않는다. 문가 앞에도 2인석이 있던데 실제로 사용 가능한거면 나중에 날씨 풀리고 와인 한 잔 하며 재즈 듣기 너무 좋겠다. 


깔라마리가 에파티아저로 딱 좋아보였는데 아쉽게 메론과 깔라미락 재료 부족으로 주문이 안된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이런 정보는 당연히 주문 전에 알려줘야 하는 건데 다른 식당에선 거의 못 본 것 같다. 


오늘의 와인 Glass 25
Today's Wine (125ml)

하우스 와인과 별개로 그 두 배 가격의 오늘의 와인이라는 메뉴가 별도로 있다. 와인은 잘 모르지만, 메뉴 구성이 이렇다는 건 상급의 와인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는 의미일 듯 싶어 관심이 갔다. 오늘의 와인이 레드인지 화이트인지 여쭤봤는데, 일단 레드라길래 그냥 하우스 와인 마셔야 겠다고 생각한 순간, 오너쉐프님의 해박하고 친절한 설명에 홀라당 넘어가서 주문해 버렸다. 와알못이라 기억나는 포인트만 적자면, 일반적인 오크 숙성이 아닌 전통 방식을 사용했고, 칠리, 카레 등의 향이 나고, 본인이 처음 마셨을 때는 왜 이런 와인을 유명한 사람(당연히 이름은 기억 안남)이 O점(높은 점수인 듯)이나 주었는지 이해 못했는데, 세 번째 쯤 마시니 이해하게 되었다고. 직접 마셔보니 내가 레드와인을 덜 좋아하는 이유인 불편한 신 맛이 살짝 다른 오묘한 향으로 대체되어서 상당히 마시기 좋았다. 

만체고 아네호 치즈 25.0
Manchego 40g, 10 month aged
스페인 라만차 지역의 양젖으로 만든 10개월 숙성치즈

치즈 맛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굳어서 식감이 풍미가 완전히 달라지니 빨리 먹어야 한다. 

이베리코 초리조 & 살라미 19
Iberico chorizo 30g, salami 30g
스페인 정통방식으로 양념한 소시지

내가 전채 대신 주문한 초리조와 살라미. 오른쪽이 돼지고기, 닭고기 등에 마늘로 매운 맛을 낸 살라미고, 왼쪽이 돼지고기만 써서 파프리카로 양념을 한 초리조다. 우리나라 입맛엔 초리조가 더 맞을텐데 살라미가 피자 등 대중적인 음식에 많이 사용하다 보니 더 알려진 듯 하다. 


식사 중 폴라로이드 사진까지. 서비스까지 매우 훌륭하다. 

이베리코 프렌치렉 (2PC) 49
Iberico freched rack
초리조&파프리카소스를 곁들인 이베리코 돼지 뼈등심 오븐구이
Grilled Iberico french rack with chorizo&paprica sauce

두 조각이지만 상당히 크고 두꺼운 부위다. 지방 부위와 함께 먹으니 돼지고기의 풍미가 강하게 느껴진다. 소금, 소스, 콩대(?)의 조합이 거의 완벽하다. 

트러플 딸리아뗄레 32
Fresca al tartufo
송로버섯, 버터 & 크림소스의 생면 딸리아뗄레
Tagliatele with butter and cream sauce flavored with truffles

그분이 고기를 골랐으니 나는 파스타를 봤는데, 딸리아뗄레라는 생소한 이름이 있어서 주문해 봤다. 일단 크림소스니 개인적으로 실패할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왠 돌덩이를 같이 가져오시길래 뭔가 했더니, 트러플을 즉석에서 얅게 슬라이스해서 올려 주신다. 신기하긴 한데 자체 향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 걸 보니, 파스타의 엄청난 트러플 향은 다른 종류로 낸 듯 하다. 딸리아뗄레가 뭔가 찾아보니 계란으로 반죽한 납작한 생면인 페투치네를 이탈리아 북부에서 부르는 이름이란다. 


그럴 듯 하다. 


식전빵(인데 왜 사진이 뒤인가)은 살짝 달달해서 취향에 맞았다. 


공통으로 제공되는 듯한 디저트. 오른쪽은 우유로 만든 것 같은데 살짝 끈적하면서도 엄청 부드럽고 향이 강했다. 한 입 넣자마자 그 분 눈이 두 배로 커져서 내 것 반을 냉큼 조공으로 드렸다. 왼쪽은 과일 소르베. 입을 부드럽게 감싼 후에 상큼하게 마무리하는 디저트의 조합도 완벽. 


화장실도 깜짝 놀랐는데 밖에서 보면 곱창집 건물 뒤의 허름한 화장실처럼 생겼는데, 내부를 이렇게 바꿔놓았다. 좌변기 앞의 전기 난로도 세심한 배려가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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