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We Lindy Hop Stockholm



Dance & Tour의 "JP馬군의 We Lindy Hop the World" 연재 칼럼

Herräng Dance Camp, 스웨덴의 허랭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5주간 열리는 스윙댄스 캠프이다. 그 5주 동안 스윙댄서가 이 마을의 구성원이 되며, 댄서가 서빙을 하고, 댄서가 자전거를 수리하고, 댄서가 마을회의를 소집한다. 함께 어울리고, 춤에 대해 얘기하고, 춤에 관한 엉뚱한 상상을 현실로 옮기고, 그리고 밤 새 춤을 춘다. 해가 지지 않는 북유럽의 백야에서 밤 새도록 춤을 춘다.

지금은 한국에서도 많은 댄서들이 매년 참가하고 있지만, 2010년 당시만 해도 몇몇 열정적인 댄서들만 갈 수 있는 곳이었다. 많지 않은 휴가를 내고 스웨덴까지 날아가서 춤만 추고 온다는게 당시만 해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으니까. 나는 그만한 열정이 있었고, 스윙댄서들의 성지라 할만한 그곳에 최소한 한 번은 꼭 가보고 싶었다. 그래서 함께 갈 동반자가 생긴 2010년 초 전후, 이미 베트남 여행을 준비 중인 상황에서 허랭행을 결정하였다.

2013년에 다시 한 번 허랭을 갔고, 그 때 역시 기억에 남을 시간을 보냈지만, 첫 번째 허랭의 경험만큼 강렬한 인상은 없었다. 1~2시간의 밤이 지나고 벌써 동이 튼 이른 새벽, 맥주 한 병에 취했을 리는 없고, 분명 피로와, 춤, 그곳의 공기에 취해 몽롱했던 그 날. Folkets Hus 1층에서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잼 연주를 잊을 수가 없다. 그 강렬했던 한 곡, 한 곡의 춤.

* Herräng Dance Camp: https://www.herrang.com/

Day 1: 출발

2010.7.31 (토)

처음 가는 유럽, 처음 타보는 장거리 비행, 처음 해보는 환승, 모든게 신기하다. 그 때는 몰랐지만 카타르항공은 유럽으로 운항하는 항공사 중에서 최신 기종과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반해, 가격은 러시아 항공을 제외하고 가장 저렴한 편이라서, 최고의 가성비를 갖는 항공사다. 에미레이트 항공도 비슷한 걸로 봐서, 기름 많은 나라들이라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잠든 새 무릎에 살포시 김치 세봉지를 두고 가신 스튜어디스님, 스웨덴에서 김치 정말 잘 먹었습니다.



10시간의 비행 후 도하에 도착했고, 다시 한 번 스톡홀름까지 6시간반의 비행 전에 3시간의 환승 시간이 주어졌다. 당시에는 PP 카드도 없어서 한창 졸린 이른 아침 시간을 대합실 의자에서 보내야 했다. 하지만 전에도 말했듯이 모든 것이 처음이고, 모든 것이 신기하기만 하던 때라, 환승의 피곤함도 기분 좋게 느껴졌다.

비행기 시간이 다가오고 탑승하려는데 탑승구에서 승무원이 따로 부르더니 비즈니스석으로 업그레이드 해준단다. 아마 신혼여행 쯤 떠나는 동양인 신혼부부로 생각하고 남는 자리를 선심 써준 듯 하다. 그 후로도 혹시나 이런 기회가 또 없나 은근 신혼부부 코스프레를 해봤는데 그런 행운은 아직까지 다시 없었다.

회항을 시켜야 하나

Day 2: 캠프의 첫날

2010.8.1 (일)

Herräng Dance Camp가 열리는 Herräng은 Stockholm에서 차로 2시간 정도 떨어진 시골 마을이다. 비용 절감을 위해서, 그리고 스웨덴에서 버스로 시외 여행을 해보는 경험을 위해서, 버스를 2번 갈아타는 경로를 선택할 수도 있지만, 우리처럼 주말에 도착할 경우 버스가 일찍 끊기기 때문에 캠프에서 제공하는 Airport Pick-up Service를 이용할 수 밖에 없다. 캠프 자원봉사자가 참가자들의 수요에 따라서 주기적으로 Arlanda 공항과 캠프를 연결하는데, 합리적인 가격에 편하게 캠프까지 도착할 수 있으므로, 왠만하면 캠프행은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셔틀을 타게 되면 동승한 다른 캠프 참가자들과 이런 저런 얘기도 하고 정보도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우리도 몇 년째 참가중이라는 남자에게서 유용한 얘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지금도 유럽에서 왕성히 활동하고 있는 강사급 댄서였다. 그리고 드디어 도착한 마을 어귀, 단순한 마을 이정표일 뿐인데도 가슴이 이렇게 설레인다.



도착하면 우선 강습, 숙박 등에 대한 등록을 한다. 캠프의 주요 활동은 Folkets Hus에서 이루어 지는데, 등록 사무실도 이 곳에 위치하며, 등록 시간이 아닐 때는 일반적인 안내 등의 사무실로 이용된다. 우리는 강습 없이 private accommodation만 신청했으므로, 신분증과 약도만 받고 간단히 등록을 끝내고 나왔다.

  

Folkets Hus 입구, 그리고 등록 사무실 벽면에는 각종 정보가 모여 있는데, 오늘의 일정, 버스 시간표, shop 별 운영 시간 등 필요한 모든 정보가 있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꼭 필요한 정보가 없더라도 아침에 일어나면 신문 읽듯 한번씩 지나치게 된다. 특히 각 사무실 및 식당의 운영시간은 휴대폰 사진으로 저장해 두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캠프에서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숙소는 공동숙소(public accommodation)로 2층 침대가 가득찬 건물이나 체육관의 침대 하나를 배정받게 된다. 샤워나 화장실은 당연히 공동 사용이고, 유럽인들 특유의 자유분방함 때문에 남여가 함께 생활하고, 아무데서나 옷을 갈아입고, 가끔은 샤워도 함께 하기 때문에, 공동숙소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맞은편 침대의 금발의 미소녀 때문에 두근거리는 아침을 맞이했다는 후기도 있다.

개인 화장실, 혹은 2~3개의 방이 함께 사용하는 화장실이 있고, 자물쇠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물품 분실 위험이 적은 개인숙소(private accommodation)는, 비용이 다소 높지만 안락함이나 편리성 등을 생각하면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다. 댄스 캠프이기 때문에 샤워하고 옷을 입고 꾸미는 시간이 꽤 있는데, 공동 사용하게 되면 아무래도 불편한 점이 많다.

같은 개인숙소라고 하더라도 캠프에서의 거리에 따라 편의성이 확연하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사전 등록 시 경쟁이 꽤 치열하다. 나는 미리 캠프에서의 거리 및 화장실 유무, 잠금 가능 여부를 파악하고 꽤 좋은 방을 예약할 수 있었고, 워낙 마음에 들어서 2013년 재방문 시 다시 이용하게 되었다. 개인숙소는 마을 주민이 용돈 벌이 쯤으로 캠프에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형태나 구성에 차이가 많다. 차고, 헛간 등을 개조한 경우도 많기 때문에, 입구 쪽 방을 쓰는 사람들은 문을 잠그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가 머문 방은 사우나실을 개조한 듯 아늑한 편이었는데 공기가 약간 답답한 편이었다. 그래서 2013년에는 같은 집이지만 공간이 넓고 독립된 출구가 있는 차고를 선택했다.


캠프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캠프 공식 식당인데 뷔페식인데다 음식이 잘 나오는 편이라 가장 든든하게 먹을 수 있지만 가장 비싸고 보통 1주일 단위로 구매하게 된다. 하지만 캠프 특성 상 밤새 파티를 하고 아침에 들어가서 점심 쯤 일어나는 패턴이 반복되기 때문에 강습을 안듣는 파티족들은 정해진 시간에 먹어야 하는 공식 식당의 이용이 용이하지 않다. 두 번째는 Folkets Hus 내의 bar나 cafe에서 판매하는 음식으로, 강습이나 파티에서 사용하는 플로어에 인접해 있으므로 빨리 끼니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세번째는 마을 외곽의 kiosk인데 핫도그, 햄버거, 라자니아 등을 판매한다. 네번째는 가장 저렴한 방법으로 kiosk 반대편의 마트에서 식재료를 구입해서 개인숙소의 주방, 공동숙소의 공동주방 등에서 직접 조리해 먹는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2010년에는 없었지만 2013년에 보니 마트 앞에 아시안푸드트럭이 생겨서, 가장 인기있는 장소가 되어 있었다.


플로어는 건물 내 세 곳이 있는데, 1층, 2층, 1층 도서관으로, 2층이 메인 행사장, 1층 도서관이 블루스 등의 테마를 진행하는 곳으로 사용된다. 댄스캠프인데, 내가 춤추느라 바빠서 춤추는 사진, 심지어 플로어에서 찍은 사진도 몇 장 없다.


스웨덴의 여름은 해가 길다. 자정이 넘어도 밖은 낮처럼 환하고, 2~3시간의 밤이 지나면 아침이 일찍 찾아온다. 밤새 춤을 추고 피곤한 발을 이끌고 몽롱한 기분으로 bar에 앉아 맥주 한 병에 따뜻한 스프 한 그릇을 나눠 먹고 있노라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피로감이 몸을 감싼다. 소근소근 떠드는 댄서들, 웃음소리, 악기를 다루는 댄서들이 즉흥적으로 만드는 잼, 모든 행복한 소리가 그 좁은 공간에 가득 찬다.

낮에는 우리나라의 봄이나 가을처럼 반팔을 입기도 하는 활동하기 좋은 날씨이지만, 일교차가 커서 밤에는 꽤 추워진다. 파티에 가면서 두툼한 가죽자켓을 입은 외국 애들을 보면서 의아해 했는데, 그들의 캠프 노우하우가 이해되는 아침이었다.

Day 3: 댄스 한량

2010.8.2 (월)

얼얼한 종아리를 주무르며 정오가 다 되어 일어나는, 허랭에서 시작하는 첫번째 날이다. 강습을 듣지 않는 party pass, 파티족들의 일과는 비슷하다. 늦은 브런치를 먹고, 강습 구경을 하거나, 친구들과 노닥거리거나, 자전거를 타고 바람을 쐰다. 그리고 저녁을 먹고 다시 파티를 준비한다.


식사를 하기 가장 좋은 명당은 강습에 사용하는 천막 바로 앞에 위치한 벤치다. 강습을 신청하지 않은 사람은 천막 안에 들어가지 못하지만, 열린 천막 입구 사이로 안에서 진행되는 강습을 참관하는 것은 허용된다. 그래서 Ice Cream Parlor에서 샌드위치를 사서 Skye나 Thomas의 강습을 구경하며 먹는 식사야 말로 최고의 브런치가 된다.


매일 저녁 강습이 끝나고 파티가 시작되기 전 1시간 동안 daily meeting이 있는데, 예전 비디오클립을 보면서 역사에 대해서 얘기하거나, 우스꽝스러운 쇼를 보여주거나 (말 잘하는 Frida가 고정 출연), 지금 캠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 등에 대해서 얘기한다. 미팅이 이루어지는 2층 메인홀에 못들어간 사람들은 bar나 다른 곳에서 TV로 시청하는데, 미팅이 시작하면 Folkets Hus 전체가 쥐죽은 듯 조용해진다. 허랭의 댄서들이 강습과 춤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간이다.


2010년은 28번재 허랭 댄스 캠프다. 일부러 뒷자리 숫자만 바꿔 놓은 캠프의 연차 표시가 그 역사를 말해 주고 있다.

Day 4: 캠프 적응 완료

2010.8.3 (화)


허랭 댄스 캠프는 단순한 캠프 그 이상의 형태와 감각을 갖고 있다.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댄서들의 마을 안에서 내가 그 구성원이 된다. 마을은 단지 파티를 위해 머무르는 곳이 아닌, 그 자체로 파티장이 된다. 시끌벅적한 소음이 없을 뿐이지,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것을 하루종일 할 수 있는 인생은 분명 파티다.


캠프 내의 식당을 한군데씩 돌다보니 이제 먹는 것도 적응이 되어간다. 원래 여행을 가면 둘 다 현지식을 즐기는 편이지만, 캠프에는 현지식이랄만한게 없다. 그래서 찾아낸 최고의 조합은 kiosk에서 테이크아웃한 밥이 곁들여진 고기에 한국에서 공수한 볶음고추장, 그리고 승무원이 몰래 주고간 고마운 김치였다.


댄서들은 기본적으로 음악을 사랑한다. 그래서 대부분은 음악을 직접 연주하고 싶어하고, 일부는 실제로 악기를 배우고, 그 중 몇몇은 프로급의 실력을 갖추기도 한다. 캠프에는 그런 댄서 겸 뮤지션들을 위한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기도 하고, 즉흥적으로 바닥에 자리를 깔고 잼을 하기도 한다.

강습장을 지나던 3인의 연주자들은 제안인지 허락인지 강사와 잠시 몇 마디를 나누다가 연습 중인 강습생들 사이에서 연주를 시작한다. 갑자기 라이브 음악에 하는 연습이 되었다. 허랭이라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다들 놀라기 보다는 흐뭇한 미소가 번진다.

Day 5: 문화 활동의 날

2010.8.4 (수)

  
지난 밤에 몸이 안좋아 일찍 잠자리에 들었더니 캠프치고는 너무 이른 시간에 일어났다. 그 동안 먹은게 좀 부실하기도 했고 해서 아침은 캠프 식당에서 먹었다. 일반적인 American breakfast로 햄, 베이컨, 콩, 오트밀, 씨리얼, 토스트 등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



매주 수요일은 일주일에 한 번 강습을 쉬고 특별한 활동을 한다. Cultural Activity라고 해서 춤과 관계 없는 다양한 활동을 함께 한다. 카약을 타고 주변 탐험을 가기도 하고, 자신의 모국어를 다른 댄서들에게 알려주는 워크샵을 열기도 한다. 우리는 부담이 적어 보이는 브라우니 베이킹 클래스를 듣기로 했다. 재료나 오븐 등은 주최측에서 모두 제공해 주기 때문에 참가자가 하는 것은 재료를 혼합하고 성형을 하는 정도라서, 실제로 케이킹을 배운다기 보다는 춤 외의 다른 것을 함께 한다는 것에 의의가 있어 보인다. 그리고 브라우니에 들어가는 설탕의 양을 직접 눈으로 보고 나서, 나중에 브라우니를 먹을 때마다 두 번 생각하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허랭의 한 주는 토요일로 시작해서 토요일로 끝난다. 그렇기 때문에 금요일은 각 주의 마지막 파티가 되고, 매 주 달라지는 테마에 따라서 복장을 준비한다. 단순히 드레스코드 정도가 아니라 거의 특수분장에 가까운 완성도를 갖춘 참가자들도 꽤 있는데, 토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치열하게 춤을 추며 파티를 했다고 한다면 그 마지막 파티는 춤을 조금 포기하더라도 웃고 즐기는데 목적을 둔 듯 하다. 대부분 준비성 좋은 댄서들은 참가하는 주의 테마를 미리 파악하고 집에서 복장 등을 준비해 오지만, 미처 준비를 못한 댄서들을 위해서 대여를 해주기도 한다.


허랭 댄스 캠프는 단순히 춤의 시술적인 요소를 연마하기 위해 몇 주동안 머무르는 곳이 아니다. 스윙댄스의 뿌리를 생각하고, 올드 클립을 연구하고, 음악을 고민하고, 이 춤을 다시 세상에 빛을 보게 해준 Dawn Hampton, Frank Manning 같은 분들에 대한 존경을 표하는 곳이기도 하다.


Bar Bedlam에서 음식을 주문하면 이런 번호표를 나눠준다. 각각의 번호표에는 숫자와 함께 댄서들의 공감을 끌어내는 문구들이 적혀있다. 댄서들이 모여 사는 마을의 소소한 재미는 이런 작은 부분에 숨어있다.


다른 날, 아니 다른 밤과 다름 없이 밤새 춤을 추고 Folkets Hus의 2층에서 내려왔다. 이른 새벽에 가까운 시간이지만 북유럽의 새벽은 이미 환한 대낮이다. 꿈을 꾸는 듯한 그 몽롱한 기분은 시차와, 피로, 그리고 백야가 만들어낸 독특한 감정이다. Bar Bedlam의 입구에는 한 무리의 연주가들이 모여있다. 그리고 시간을 잊은 댄서들을 침대로 돌려보내기 위해 파티의 끝을 알리기라도 하듯 감성이 충만한 블루스를 연주한다. 행여 방해랄도 될까 밴드에서 멀찍이 떨어져서 우리는 그 음악에 맞춰 우리만의 춤을 춘다. 10년 동안 춤을 췄어도 아직 다시 경험하지 못한, 음악과, 나와, 파트너만이 존재하는 그런 춤을 그 때 춘 것 같다.

Day 6: 해변에서

2010.8.5 (목)


사실 허랭 댄스 캠프에서 식사를 하는 방법은 한가지가 더 있는데, 자전거를 타고 해변쪽으로 20분 정도 달리다 보면 Marina Restaurant이라는 바다가 보이는 비교적 고급 식당이 있다. 짧다면 짧은 허랭에서의 1주일, 남들 하는 건 한 번 씩 경험하고 싶어서 오늘은 자전거를 대여해서 바닷가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바닷가라고는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백사장이 아니라 잔디밭이다. 그 바닷가에 앉아서 이게 정말 바다는 맞나 한참을 고개를 갸우띵거리지만 지도상으로는 바다가 맞다. 8월이지만 수영을 할 정도로 더운 날씨는 아니다. 그래서 대부분은 이 곳에서 수영복 차림으로 일광욕을 즐기는 것이 고작이지만, 물론 이 곳에서 수영을 하는 추위를 잊은 댄서들도 있다.


오늘의 주문 대기표는 30번. Make Lindy, not war.

Day 7: 안녕, 허랭

2010.8.6 (금)


캠프에서의 사실상 마지막 날. 강습 구경하는 자세가 이제 예사롭지 않다.


이번주가 마지막인 참가자들은 떠날 준비를 한다. 미리 인사를 하고, 연락처를 교환하고, 캠프의 연인들은 진한 사랑을 표현하기도 한다. 이스탄불에서 온 Banu와 Canel은 춤을 몇 곡 추고 잠깐 말을 나눴을 뿐이지만 정이 많은 친구들 같았다. Canel은 나중에 한국에 오기도 하고, 이스탄불에 가서 다시 만나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의 첫번재 캠프는 다음을 기약하게 되었다. 다시 돌아올 2013년까지. 그리고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그 이후의 세번째, 네번째 캠프까지.

Day 8: Stockholm

2010.8.7 (금)

허랭에서 스톡홀름으로 가기 위해서는 버스를 2~3번 갈아타는 복잡한 코스를 가야 하지만, 토요일에 다른 참가자들과 같은 시간대에 출발한다면 아무 문제가 되질 않는다. 그냥 다른 댄서들 내리는데서 내리고 타는 버스 함게 타면 된다.

스톡홀름에서의 일정은 2박 3일. 미리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부분의 관광지가 Gamla stan과 그 주변에 밀집해 있기 때문에, 주요 관광지의 입장권이 포함된 Stockholm Card 외에는 준비도 따로 하지 않고, 경로를 미리 짜지도 않았다. 첫날은 캠프에서의 피로가 아직 풀리기 전인데다 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날씨라 박물관 위주의 관광을 했다.



* Arkitecturmuseet: http://www.arkdes.se/

Day 9: Jazz Jam

2010.8.8 (토)


스톡홀름은 왕궁이 위치한 Gamla stan이 그 주변의 육지 및 섬들과 보트로 연결되어 있는 지형이다. Stockholm Card가 대중교통 이용권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페리 시간에 맞춰서 적절히 이동하면 된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스웨덴은 왕정 국가이다. 게다가 북유럽 국가의 왕이라니 동화에나 나올 법한 조합이다. 옛 문화를 소중히 여기는 선진 국가답게 왕궁이 위치한 Gamla stan은 옛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사실 스톡홀름에서는 다른 곳을 둘러보지 않고 Gamla stan에만 있더라도 그 분위기를 한 껏 즐기고 올 수 있다. 우리의 문화가 어떻게 보존되고 있는지 한번쯤 생각해 볼 부분이다.


지금은 Herrang Championships가 생겨서 캠프가 끝난 행사가 다시 모여 대회에 참가하지만, 2010년에는 스톡홀름에서 이와 비슷한 Jazz Jam이라는 행사가 있었다. 규모가 큰 행사라고는 할 수 없어 여러모로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캠프가 끝나고 그냥 돌아가기 아쉬운 댄서들이 스톡홀름이라는 새로운 장소에서 다시 모일 수 있는 기회였다.

나는 성격 자체가 통속적인 것을 싫어하기도 했지만, 춤에 있어서는 그 이상으로 이상주의자였다. 그래서 처음엔 강습을 하고 돈을 받는 것도 싫었고, 실제로 해당 동호회와 합의 하에 동호회와 강사 모두 수익이 없는 구조로 강습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런 태도는 대회라는 형식에도 반감을 가지게 했는데, 춤은 타인에 의해 평가될 수 없고, 평가되어서도 안된다는, 지금 생각하면 다소 고지식한 주의였다. 그런 내가, 대회 참가자는 행사 참가비가 무료라는 말에 신청한 국내/국외 통틀어 첫 대회 출전은 아쉽지만 예선 참가에 그쳤다. 하지만 보여주기 위한 춤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남들처럼 강습을 하고, 남들처럼 대회에도 가끔씩 나가지만, 가끔은 유년기의 유치한 꿈을 잃어버린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다.

Day 10: We Lindy Hop Stockholm

2010.8.7 (일)

이번 여행의 마지막 날. Arlanda Express를 타고 공항으로 출발하기까지 몇 시간이 남았다. 숙소에서 가까운 Kungsträdgården에 앉아 시간을 보내다가 다리 건너편의 왕궁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어떤 식으로든 추억을 많이 만들고 싶은 생각에 그 앞에서 음악도 없이 춤을 추고 영상에 남겼다. 정확히는 기억 나지 않지만 이걸 시리즈처럼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은 당시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We Lindy Hop the World 프로젝트의 첫번째 영상이 되었다.

* Arlanda Express: https://www.arlandaexpress.se/
* Kungsträdgården: http://www.kungstradgarden.se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학동) 통영다찌 ★★★★

(세화) 청파식당횟집 ★★★★★

[역삼] 창고43 강남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