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We Lindy Hop Barcelona
* Dance & Tour 의 "JP馬군의 We Lindy Hop the World" 연재 칼럼입니다.
태양, 투우, 정열, 플라멩코의 나라 스페인. 어떤 친구는 스페인 일주를 하기도 하고, 어떤 친구는 산티아고 순례길만을 위해서 스페인을 찾기도 한다. 그만큼 스페인은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가 넘치는 곳이다. 그런 스페인에, 아니 바르셀로나에 2박3일만을 다녀왔다. 비교적 근거리에 있는 몽펠리에와 바르셀로나에서 스윙댄스 행사가 연이어 열리는 기회를 놓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바르셀로나 여행은 맛보기이다. 관광객들이 가득한 도시, 스페인의 헐리우드식 축소판인 듯한 바르셀로나는 그렇게 만나는게, 또 맞는것 같기도 하다.
Day 1: before sunrise
2012. 6. 14. 목.
객실 창문으로 보이는 프랑스 평야위로 지는 해를 보는 것은 야간열차의 또 하나의 매력이다.
열차 식당칸에서 만족스런 저녁식사 그리고 와인과 함께 Ethan Hawke와 Julie Delpy가 되어본다.
Day 2: flamenco
2012. 6. 15. 금.
프랑스에서 잠들었다가 스페인에서 눈을 뜨는 것 또한 색다른 경험이다. 물론 비행기를 타도 자고 일어나면 다른 국가에 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비행기 여행이 왠지 공간이동 같은 비현실적인 느낌이라면, 기차 여행은 내가 실제로 지도 위의 점이 되어 이동하는 느낌이 든다.
승차권에 포함된 조식은 빵, 계란, 과일 등 기본적인 구성이었지만, 스페인의 새로운 음식들을 채워넣을 공간을 남겨두기에는 적당(?)하다. Hola España!
숙소에 짐을 풀고 가장 먼저 찾은 곳은 구엘 공원(Park Güell)이다. 언덕 위에 위치해 있어서 걸어 올라가려면 고생 좀 할 높이인데 관광객 편의를 위해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 있다. 아무리 방수 등 설비가 잘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1년 내내 날씨가 좋은 바르셀로나가 아니면 실현하기 힘든 아이디어같다.
어느 도시를 가도 하나쯤은 꼭 가볼 필요가 있는 곳이 전망대인데, 별거 아닌 흔한 관광 코스 같아도 시야가 트인 높은 곳에서 그 도시를 내려다 보는 것은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다. 바르셀로나는 몬주익(MontJuic)에서 보는 경치가 가장 좋다고 하는데,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 고지대에 위치한 구엘 공원도 괜찮은 편이다. 게다가 가우디 특유의 독특한 장식 등을 보고 있으면, 가우디를 몰랐던 나같은 사람도 어느 정도 예습(?)이 되어서 까사미아 등 유명한 건축물을 볼 때 비교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 수 있는 것 같다. 사진은 구엘공원의 상징인 도마뱀으로, 인증샷 하나 남기려면 주변 눈치 좀 봐야한다.
* Park Güell: http://www.parkguell.cat/
바르셀로나는 가우디가 먹여살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곳곳에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구엘공원에서 내려와 다음으로 찾은 까사밀라(Casa Milà)는 그의 대표작과 같은 건축물이다. 건물의 전체적인 구조나 지붕 등의 장식품 등, 어떻게 보면 기괴할 정도의 독특함은 20세기 초에 만들어진 건물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이다. 최근에 지어진 테마파크라고 해도 믿을 정도이니, 건축을 몰라서 천재적인 것 까진 몰라도, 그 독창성 만큼은 건축 문외한인 나에게도 놀라웠다.
* Casa Milà: https://www.lapedrera.com/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La Sagrada Familia)은 1883년부터 오로지 기부금으로만 짓고 있다고 한다. 가우디가 설계하고 1926년 사망할 때까지 공사를 진행했으며, 그 후에도 공사가 중단되고 재개되기를 반복하면서 어느덧 100년이 훌쩍 넘었다. "작품은 긴 시간의 결과여야 한다. 건축하는 기간이 길면 길수록 좋다"는 가우디의 지론이라고 하니, 새마을운동이 아직도 끝나지 않은 듯한 우리나라의 현실과 비교하게 되는 대목이다.
바르셀로나 시내를 오가며 가우디의 작품들을 보다보니 허기가 져서 보케리아 시장(Mercado de La Boqueria)을 찾았다. 하몬이 주렁주렁 매달린 가게들을 보니 시장 구경이고 뭐고 빨리 먹고 싶은 생각만 들었다. 하몬은 돼지 넓적다리를 통채로 소금에 절여 건조시킨 스페인식 햄인데, 몇 년 동안 장기간 숙성시키기도 한다. 몇 년씩 고기가 썩지 않고 숙성이 가능한 것은 스페인의 건조한 기후 덕분이라고 한다.
원래는 지인이 추천해준 Pinotxo Bar를 찾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힘들 것 같아서 빨리 포기하고 근처에 괜찮아 보이는 Tapas 집에 들어갔다. Tapas는 음식의 이름이 아니라 여러가지 요리를 조금씩 먹는 걸 의미하는데, 보통 술안주로 먹거나 식사로 하기도 한다. 메뉴판이나 진열대의 음식을 주문하면 1인분이 아니라 작은 접시에 2~3가지를 한꺼번에 먹을 수 있다. 우리같은 식도락가에는 딱 맞는 방식이다.
플라멩코는 영화나 TV를 통해 봤던 이미지 때문인지 큰 기대는 안했는데, 저녁의 웰컴파티까지 시간이 남아서 약간 시간 떼우는 목적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흉내가 아닌 실제 댄서의 춤을 가까이에서 보는건 생각보다 큰 임팩트가 있었다. 아니 그보다도 플라멩코라는 춤이 내가 알던 그것이 아니었던 느낌이다. 2명의 여자 댄서가 공연을 했는데 모녀지간 혹은 사제지간처럼 보일 정도로 나이 차이가 있어 보였고, 그 나이가 무색하게 둘 다 매력적인 여성이었다. 특히나 표정이나 몸짓 등의 표현에서 춤에 대한 그들의 진지한 태도가 느껴져서 더 멋있게 느껴졌다. 바르셀로나에 간다면 강력 추천이다.
* Los Tarantos: http://www.flamencotickets.com/los-tarantos-barcelona
다른 나라의 소셜댄스에 가게 되면 조심스럽게 되는 경향이 있는데, 타지역 댄서가 많이 참여하는 큰 규모의 행사는 그런 면에서 편한 분위기이다. 같은 처지이다보니 자연스럽게 출신도 묻고 이런 저런 얘기도 나누게 된다. 물론 유럽 출신이 아니면 완벽히 같은 처지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가끔은 밴드의 음악이 너무 좋아서 춤만 추기에는 아까운 순간이 있다. 밴드가 감미로운 음악으로 연주를 바꾸자 한 순간 많은 댄서들이 같은 생각을 하고 하나둘씩 그 자리에 앉았고, 플로어는 순식간에 콘서트장이 되었다.
* Swing Maniacs: http://www.swingmaniacs.com/
Day 3: ESDC
2012. 6. 16. 토.
피식민지 원주민들의 피해 때문에, 그리고 신대륙은 이미 원주민들에 의해 발견(?)되었다는 의미에서, 서양인들의 신대륙 발견의 의의에 대해서 나는 회의적인 편이다. 콜롬버스는 스페인에서 아직 영웅의 대접을 받고 있을까? 콜럼버스 기념비 앞에서.
해안가의 콜롬버스 기념비에서 카탈루냐(Catalunya) 광장까지 이어지는 람블라스 거리(La Rambla)는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번화한 곳으로, 관광객들을 노리는 식당, 바, 호객꾼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우연히 발견한 춤추는 커플의 포스터가 반갑다.
관광지를 다니다보면 이런 식으로 분장을 하고 관광객과 사진을 같이 찍거나 하는 식으로 돈을 받는 사람들이 있다. 가장 흔한건 아마 지팡이만 잡고서 공중에 떠 있는 사람으로 왠만한 도시에는 다 있는 것 같다. 이 악마(?) 분장을 한 사람은 어찌나 공들여 준비했던지 꼭 구경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만 같아서, 그 참에 사진도 한 장 찍었다.
생각해뒀던 레스토랑을 찾아가보니 점심과 저녁 사이에 쉬는 시간이다.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고, 이럴 때는 빨리 포기하는게 좋다. 노상 테이블이라는 이유만으로 가격을 더 받는건 알지만, 기왕 이렇게 된거 자리 좋은 테이블에 앉아 빠에야를 먹는다.
길거리 밴드의 연주에 이렇게 오랫동안 발길을 멈춘 적이 있던가. 당시 국내에서 빅히트를 쳤던 울랄라세션의 스페인 버전을 떠올리게 하는 이 밴드의 쇼맨십에 아낌 없이 CD도 구매했다.
* Microguagua: http://www.microguagua.com/ (아직도 활동하는구나)
ESDC 행사장 주변에는 딱히 마음에 드는 식당이 없어서 아예 특이하게 처음으로 리비아 음식을 먹어보기로 했다. 메뉴에 괜찮아 보이는 메뉴가 있길래 웨이터에게 무엇이지 물어봤다. "King of meat" "이걸로 주세요"
ESDC(European Swing Dance Championships)는 Herräng Dance Camp 다음으로 유럽에서 가장 큰 행사라고 할 수 있는데, 하나는 대회고 하나는 캠프이니 둘을 비교하는건 좀 안맞는 것 같다. 바꿔 말하면, 컴피티션으로 가장 규모가 큰 대회가 전세계적으로 둘이 있는데, 하나가 미국 워싱턴의 ILHC(International Lindy Hop Championships)이고 다른 하나가 바로 이 ESDC이다. ESDC의 경우, 이 당시에는 바르셀로나에서 열렸는데, 최근에는 런던에서 개최되고 있다. 주최자인 Sharon Davis가 개최 당시 본인이 살고 있는 도시에서 개최한다는 말이 가장 설득력 있는 것 같다. 예전에는 ILHC에 비해 규모가 작은 느낌이었는데, 요즘은 유럽의 개성있는 댄서들 덕분에 오히려 더 화려하고 다이나믹한 느낌이다.
나는 휴가 일정 때문에 하루 밖에 참가를 못해서 섯부른 판단을 하는 것은 무리겠지만, 아무래도 컴피티션 행사이다 보니 소셜 댄스 기회는 많이 부족했다. 지금은 구성이나 위상이 그 때와 달라져서 행사 전체적인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을 지도 모를 일이다.
* ESDC: http://www.europeanswing.com/
그렇게 회사 복귀를 위해 쫓기듯 바르셀로나를 떠났다. 쉐르님은 남겨두고 나 혼자. 쉐르님은 유럽까지 온 김에 허랭에서 만났던 친구들과 재회하면서 2~3개 나라를 더 돌아본단다. 그러고보니 이번 여행은 출국도 따로, 귀국도 따로 하는 특이한 경험이었다. 생각이 유연해지면 더 많은 기회가 찾아오는 것 같다. 아마 다음번 바르셀로나를 찾을 때는 barSWINGona 때문이 될 것 같다. 그리고 그 때는 진짜 스페인을 보고 와야지.
* barSWINGona: http://www.barswingona.org/
We Lindy Hop Barcelona
We Lindy Hop the World 목록으로
태양, 투우, 정열, 플라멩코의 나라 스페인. 어떤 친구는 스페인 일주를 하기도 하고, 어떤 친구는 산티아고 순례길만을 위해서 스페인을 찾기도 한다. 그만큼 스페인은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가 넘치는 곳이다. 그런 스페인에, 아니 바르셀로나에 2박3일만을 다녀왔다. 비교적 근거리에 있는 몽펠리에와 바르셀로나에서 스윙댄스 행사가 연이어 열리는 기회를 놓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바르셀로나 여행은 맛보기이다. 관광객들이 가득한 도시, 스페인의 헐리우드식 축소판인 듯한 바르셀로나는 그렇게 만나는게, 또 맞는것 같기도 하다.
Day 1: before sunrise
2012. 6. 14. 목.
몽펠리에에서 바르셀로나로 이동 방법을 조사하다보니 길게 볼 것도 없이 야간열차가 거의 정답처럼 나와있었다. 야간열차는 그만큼 장점이 많다. 우선 수면과 이동이 동시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이 절약된다. 만약 주간에 그만큼 이동을 하게 되면 소중한 하루가 거의 기차 안에서 사라져 버리게 된다. 항공편을 이용한다고 해도 항공까지 이동시간, 대기시간 등을 생각하면 시간 차이가 크게 나지 않으며,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공항을 주로 이용하는 저가항공의 경우는 더 오래 걸린다. 그리고 숙박비와 교통비가 저렴한 숙소 수준으로 해결되기 때문에 비용면에서도 이득이다.
처음 이용해보는 야간열차다 보니 도난 위험이나 도착 지연 가능성 등 걱정이 좀 많았는데, 막상 겪고나니 예약도 어렵지 않고 객실 내도 생각보다 아늑했다. 물론 이층침대와 세면대 등을 제외하면 사람 2~3명이 간신히 서 있을 정도의 좁은 공간이지만 둘이서 오붓하게 여행을 하기에는 오히려 더 아기자기하고 낭만적인 구석이 있었다.
객실 창문으로 보이는 프랑스 평야위로 지는 해를 보는 것은 야간열차의 또 하나의 매력이다.
열차 식당칸에서 만족스런 저녁식사 그리고 와인과 함께 Ethan Hawke와 Julie Delpy가 되어본다.
Day 2: flamenco
2012. 6. 15. 금.
프랑스에서 잠들었다가 스페인에서 눈을 뜨는 것 또한 색다른 경험이다. 물론 비행기를 타도 자고 일어나면 다른 국가에 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비행기 여행이 왠지 공간이동 같은 비현실적인 느낌이라면, 기차 여행은 내가 실제로 지도 위의 점이 되어 이동하는 느낌이 든다.
승차권에 포함된 조식은 빵, 계란, 과일 등 기본적인 구성이었지만, 스페인의 새로운 음식들을 채워넣을 공간을 남겨두기에는 적당(?)하다. Hola España!
숙소에 짐을 풀고 가장 먼저 찾은 곳은 구엘 공원(Park Güell)이다. 언덕 위에 위치해 있어서 걸어 올라가려면 고생 좀 할 높이인데 관광객 편의를 위해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 있다. 아무리 방수 등 설비가 잘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1년 내내 날씨가 좋은 바르셀로나가 아니면 실현하기 힘든 아이디어같다.
Park Güell |
어느 도시를 가도 하나쯤은 꼭 가볼 필요가 있는 곳이 전망대인데, 별거 아닌 흔한 관광 코스 같아도 시야가 트인 높은 곳에서 그 도시를 내려다 보는 것은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다. 바르셀로나는 몬주익(MontJuic)에서 보는 경치가 가장 좋다고 하는데,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 고지대에 위치한 구엘 공원도 괜찮은 편이다. 게다가 가우디 특유의 독특한 장식 등을 보고 있으면, 가우디를 몰랐던 나같은 사람도 어느 정도 예습(?)이 되어서 까사미아 등 유명한 건축물을 볼 때 비교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 수 있는 것 같다. 사진은 구엘공원의 상징인 도마뱀으로, 인증샷 하나 남기려면 주변 눈치 좀 봐야한다.
* Park Güell: http://www.parkguell.cat/
Casa Milà |
바르셀로나는 가우디가 먹여살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곳곳에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구엘공원에서 내려와 다음으로 찾은 까사밀라(Casa Milà)는 그의 대표작과 같은 건축물이다. 건물의 전체적인 구조나 지붕 등의 장식품 등, 어떻게 보면 기괴할 정도의 독특함은 20세기 초에 만들어진 건물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이다. 최근에 지어진 테마파크라고 해도 믿을 정도이니, 건축을 몰라서 천재적인 것 까진 몰라도, 그 독창성 만큼은 건축 문외한인 나에게도 놀라웠다.
* Casa Milà: https://www.lapedrera.com/
La Sagrada Familia |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La Sagrada Familia)은 1883년부터 오로지 기부금으로만 짓고 있다고 한다. 가우디가 설계하고 1926년 사망할 때까지 공사를 진행했으며, 그 후에도 공사가 중단되고 재개되기를 반복하면서 어느덧 100년이 훌쩍 넘었다. "작품은 긴 시간의 결과여야 한다. 건축하는 기간이 길면 길수록 좋다"는 가우디의 지론이라고 하니, 새마을운동이 아직도 끝나지 않은 듯한 우리나라의 현실과 비교하게 되는 대목이다.
Mercado de La Boqueria |
바르셀로나 시내를 오가며 가우디의 작품들을 보다보니 허기가 져서 보케리아 시장(Mercado de La Boqueria)을 찾았다. 하몬이 주렁주렁 매달린 가게들을 보니 시장 구경이고 뭐고 빨리 먹고 싶은 생각만 들었다. 하몬은 돼지 넓적다리를 통채로 소금에 절여 건조시킨 스페인식 햄인데, 몇 년 동안 장기간 숙성시키기도 한다. 몇 년씩 고기가 썩지 않고 숙성이 가능한 것은 스페인의 건조한 기후 덕분이라고 한다.
원래는 지인이 추천해준 Pinotxo Bar를 찾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힘들 것 같아서 빨리 포기하고 근처에 괜찮아 보이는 Tapas 집에 들어갔다. Tapas는 음식의 이름이 아니라 여러가지 요리를 조금씩 먹는 걸 의미하는데, 보통 술안주로 먹거나 식사로 하기도 한다. 메뉴판이나 진열대의 음식을 주문하면 1인분이 아니라 작은 접시에 2~3가지를 한꺼번에 먹을 수 있다. 우리같은 식도락가에는 딱 맞는 방식이다.
플라멩코는 영화나 TV를 통해 봤던 이미지 때문인지 큰 기대는 안했는데, 저녁의 웰컴파티까지 시간이 남아서 약간 시간 떼우는 목적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흉내가 아닌 실제 댄서의 춤을 가까이에서 보는건 생각보다 큰 임팩트가 있었다. 아니 그보다도 플라멩코라는 춤이 내가 알던 그것이 아니었던 느낌이다. 2명의 여자 댄서가 공연을 했는데 모녀지간 혹은 사제지간처럼 보일 정도로 나이 차이가 있어 보였고, 그 나이가 무색하게 둘 다 매력적인 여성이었다. 특히나 표정이나 몸짓 등의 표현에서 춤에 대한 그들의 진지한 태도가 느껴져서 더 멋있게 느껴졌다. 바르셀로나에 간다면 강력 추천이다.
* Los Tarantos: http://www.flamencotickets.com/los-tarantos-barcelona
본격적인 ESDC 행사는 내일부터지만 오늘 바르셀로나 린디합댄서의 아지트인 Swing Maniacs에서 비공식 웰컴파티가 있다.
다른 나라의 소셜댄스에 가게 되면 조심스럽게 되는 경향이 있는데, 타지역 댄서가 많이 참여하는 큰 규모의 행사는 그런 면에서 편한 분위기이다. 같은 처지이다보니 자연스럽게 출신도 묻고 이런 저런 얘기도 나누게 된다. 물론 유럽 출신이 아니면 완벽히 같은 처지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가끔은 밴드의 음악이 너무 좋아서 춤만 추기에는 아까운 순간이 있다. 밴드가 감미로운 음악으로 연주를 바꾸자 한 순간 많은 댄서들이 같은 생각을 하고 하나둘씩 그 자리에 앉았고, 플로어는 순식간에 콘서트장이 되었다.
* Swing Maniacs: http://www.swingmaniacs.com/
Day 3: ESDC
2012. 6. 16. 토.
Mirador de Colom |
피식민지 원주민들의 피해 때문에, 그리고 신대륙은 이미 원주민들에 의해 발견(?)되었다는 의미에서, 서양인들의 신대륙 발견의 의의에 대해서 나는 회의적인 편이다. 콜롬버스는 스페인에서 아직 영웅의 대접을 받고 있을까? 콜럼버스 기념비 앞에서.
해안가의 콜롬버스 기념비에서 카탈루냐(Catalunya) 광장까지 이어지는 람블라스 거리(La Rambla)는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번화한 곳으로, 관광객들을 노리는 식당, 바, 호객꾼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우연히 발견한 춤추는 커플의 포스터가 반갑다.
관광지를 다니다보면 이런 식으로 분장을 하고 관광객과 사진을 같이 찍거나 하는 식으로 돈을 받는 사람들이 있다. 가장 흔한건 아마 지팡이만 잡고서 공중에 떠 있는 사람으로 왠만한 도시에는 다 있는 것 같다. 이 악마(?) 분장을 한 사람은 어찌나 공들여 준비했던지 꼭 구경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만 같아서, 그 참에 사진도 한 장 찍었다.
Paella Marisco |
생각해뒀던 레스토랑을 찾아가보니 점심과 저녁 사이에 쉬는 시간이다.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고, 이럴 때는 빨리 포기하는게 좋다. 노상 테이블이라는 이유만으로 가격을 더 받는건 알지만, 기왕 이렇게 된거 자리 좋은 테이블에 앉아 빠에야를 먹는다.
Microguagua |
길거리 밴드의 연주에 이렇게 오랫동안 발길을 멈춘 적이 있던가. 당시 국내에서 빅히트를 쳤던 울랄라세션의 스페인 버전을 떠올리게 하는 이 밴드의 쇼맨십에 아낌 없이 CD도 구매했다.
* Microguagua: http://www.microguagua.com/ (아직도 활동하는구나)
Super Carn |
ESDC 행사장 주변에는 딱히 마음에 드는 식당이 없어서 아예 특이하게 처음으로 리비아 음식을 먹어보기로 했다. 메뉴에 괜찮아 보이는 메뉴가 있길래 웨이터에게 무엇이지 물어봤다. "King of meat" "이걸로 주세요"
ESDC(European Swing Dance Championships)는 Herräng Dance Camp 다음으로 유럽에서 가장 큰 행사라고 할 수 있는데, 하나는 대회고 하나는 캠프이니 둘을 비교하는건 좀 안맞는 것 같다. 바꿔 말하면, 컴피티션으로 가장 규모가 큰 대회가 전세계적으로 둘이 있는데, 하나가 미국 워싱턴의 ILHC(International Lindy Hop Championships)이고 다른 하나가 바로 이 ESDC이다. ESDC의 경우, 이 당시에는 바르셀로나에서 열렸는데, 최근에는 런던에서 개최되고 있다. 주최자인 Sharon Davis가 개최 당시 본인이 살고 있는 도시에서 개최한다는 말이 가장 설득력 있는 것 같다. 예전에는 ILHC에 비해 규모가 작은 느낌이었는데, 요즘은 유럽의 개성있는 댄서들 덕분에 오히려 더 화려하고 다이나믹한 느낌이다.
나는 휴가 일정 때문에 하루 밖에 참가를 못해서 섯부른 판단을 하는 것은 무리겠지만, 아무래도 컴피티션 행사이다 보니 소셜 댄스 기회는 많이 부족했다. 지금은 구성이나 위상이 그 때와 달라져서 행사 전체적인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을 지도 모를 일이다.
* ESDC: http://www.europeanswing.com/
그렇게 회사 복귀를 위해 쫓기듯 바르셀로나를 떠났다. 쉐르님은 남겨두고 나 혼자. 쉐르님은 유럽까지 온 김에 허랭에서 만났던 친구들과 재회하면서 2~3개 나라를 더 돌아본단다. 그러고보니 이번 여행은 출국도 따로, 귀국도 따로 하는 특이한 경험이었다. 생각이 유연해지면 더 많은 기회가 찾아오는 것 같다. 아마 다음번 바르셀로나를 찾을 때는 barSWINGona 때문이 될 것 같다. 그리고 그 때는 진짜 스페인을 보고 와야지.
* barSWINGona: http://www.barswingona.org/
We Lindy Hop Barcelo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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