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스윙댄스 행사 가이드

2000년대 후반 한국 스윙댄스 씬은 이미 충분히 성장했지만, 그 때만 해도 해외행사에 참석하는 한국 댄서의 수는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이제는 전세계 어느 스윙댄스 행사를 가도 상당수의 한국인 댄서를 만날 수 있을만큼 그 수요가 늘어났으며, 해외여행의 보편화에 따라 점차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스윙댄스에 입문하고 처음 해외 행사에 참석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이 글을 작성하였다.

1. 행사의 종류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행사의 성격에 따라 이름이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Herräng Dance Camp, Camp Hollywood는 "Camp(캠프)"이고, International Lindy Hop Championships는 "Championships(대회)"이다.

1-1. Camp (캠프)

강습이 주가 되는 행사로, 실제 캠프처럼 숙식을 함께 하는 경우가 많다. 낮에는 강습을 듣고, 밤에는 파티를 하고, 그 짬짬이 연습이나 다른 행사를 하는, 본격 하드코어 덕후를 위한 행사이다. 물론 어느 행사에나, 밤에 파티만 즐기고 나머지 시간은 잠을 자거나 한가롭게 보내는 파티족들은 존재한다. 일부 캠프의 경우, 아침 먹을 때까지 파티를 하고, 아침 먹고 강습, 강습 끝나면 저녁 먹고 파티인 경우도 있어서, 야심차게 full pass (풀패스)로 신청했다가 후회하고 다음에는 party pass (파티패스)로 전향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예로 Herräng Dance Camp, Camp Hollywood 등이 있다.

1-2. Exchange (익스체인지)

서로 다른 스윙댄스 씬에서 온 댄서들 간의 교류를 주목적으로 하는 행사이다. 강습이 없는 경우가 많으며, 낮시간은 주로 단체 관광이나 야외활동 등의 일정으로 채워져 있다. 과거에 지금처럼 스윙댄스 씬이 커지기 전, 단일 씬이 갖는 규모나 다양성의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근처 지역의 다른 댄서들과의 교류를 목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닌가 추측한다. 현재도 많은 수의 익스체인지 행사가 존재하며, 서울에서도 과거 동호회 간의 교류를 위한 서울린디익스체인지 행사가 있었다. 교류가 목적이지만 부수적인 행사로 잭앤질, 스트릭틀리 등의 대회를 하기도 한다.

1-3. Championships (챔피언쉽)

말 그대로 다양한 분야의 컴피티션이 포함된, 대회를 위주로 하는 행사이다. 과거에는 ILHC(International Lindy Hop Championships), ESDC(European Swing Dance Championships), ULHS(Ultimate LIndy Hop Showdown) 정도가 전부였으나, 프로 댄서나 열정적인 아마추어 댄서들의 요구가 늘어나면서 다양한 대회가 생겨나고 있다. 대회가 위주인 행사이지만 소셜 시간도 상당 할애되며, 자연스럽게 실력 있는 댄서들이 모이다보니 소셜의 수준은 꽤 높은 편이다.

1-4. Festival, Weekend, ...

앞서 언급한, 성격이 뚜렷한 몇 개의 행사를 제외하면, 각각의 요소가 조금씩 섞인 행사가 가장 보편적인 스윙댄스 행사의 형태이다. 즉, 강습+파티+대회가 적당한 비율로 섞여있는데, 다양한 댄서들의 수요를 만족시키며 행사 자체의 흥행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자세한 것은 행사 일정표나 지난 이벤트의 사진, 페이스북 페이지 등을 참고해서 가늠해 보는 것이 좋다.

2. 행사 선택하기

댄서의 국적에 따라서는, 6주짜리 최대 규모 스윙댄스 행사인 Herräng Dance Camp를 전체 참여하는 팔자 좋은 댄서들도 있지만, 헬조선의 댄서들은 1주일 내외가 일반적이다. 즉, 날짜가 부족하긴 해도, 공휴일이나 행사 일정을 잘 맞추면 연속된 2개 행사를 참석하는 것도 가능하다. 유럽의 경우, 저가항공이 잘 발달되어 있어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선택할 수 있다.

전세계적으로 어떤 행사가 열리는지는 http://www.swingplanit.com/ 사이트를 참고하면 된다. 비슷한 사이트가 몇 개 있었지만, 이 사이트가 가장 관리가 잘되어서 현재는 거의 공식 레퍼런스에 가깝다.

3. 준비물

기본적으로 여행+파티이므로, 일반적인 해외여행 준비물에 춤을 출 때 필요한 복장 등을 추가하면 되지만, 몇 가지 고려해야 될 부분이 있다.

3-1. 옷

드레스업을 고려해서 여분의 옷을 챙긴다. 개인적으로 외국 행사에 참여할 때는 항상 드레스업할 것을 추천한다. 가능하면 좋은 인상을 주는 것이 처음 만나는 댄서들과 즐겁게 소셜할 수 있는 방법이고, 다른 문화에서 오는 독특한 체취 등을 어느정도 옷으로 커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땀이 많은 편이라 국내에서 소셜을 갈 때는 티셔츠를 3벌 정도 갈아입는 편인데, 외국에서는 셔츠 안에 에어리즘을 받쳐입고, 그날밤은 그걸로 버틴다. 그래서 오히려 국내보다 옷이 적게 소모된다. 일정이 길 경우 호텔이나 캠프에서 빨래가 가능하다면 옷을 반정도 줄일 수 있다.

3-2. 향수, 데오드란트, 섬유탈취제

외국 댄서들과 처음 춤을 추다보면 문화적인 충격을 넘어 정신적인 충격까지 받게 되는 것이 소위 '암내'라고 하는 체취인데, 우리도 그들에게는 다른 종류의 악취가 날 가능성이 크다. 이해는 가지만 어쩔수 없이 꺼리게 되는 냄새는, 향수나 데오드란트 등을 이용해서 가리는 것이 좋다.

3-3. 댄스화

우리나라 댄서들은 상당히 높은 수준의 환경에서 춤을 추고 있다. 스윙댄스 전용 댄스홀이 대부분이다보니 바닥, 냉방, 심지어 주차까지, "고객"들의 요구는 점차 늘어나고 있으며, 또 이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외국의 스윙댄스씬은 식당, 바, 강의실 등의 장소를 대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바닥이나 냉방이 다소 부족하더라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이다. 환경적인 조건보다는 분위기 자체를 즐긴다는 마음가짐으로 가는 것이 좋으나, 가능하면 다양한 바닥 환경에 대응할 수 있도록, 최소 2켤레 이상의 댄스화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4. 춤을 출 때

4-1. "잘추는" 댄서는 많지 않다.

흔히들 "한국 팔로워(리더)가 제일 잘춘다"는 말을 한다. 부분적으로 이견은 있으나, 기술적인 요소에서만큼은 한국 댄서들이 평균적으로 세계 최고 수준임에는 틀림이 없다. 행사에 따라 다르겠지만 중간 규모의 행사를 기준으로 볼 때, 우리나라의 일반 소셜보다도 출만한 사람이 없다고 느낄 수도 있다. 잘추는 댄서하고만 추겠다는 생각이라면 그냥 한국에서 춤을 추는 것이 좋다. 그보다는 다양한 댄서들과 춤을 추고 어울린다는 생각으로 행사에 참여하자. 사실 그게 익스체인지의 주된 목적이다.

4-2. 매너 있게 춤추자.

우리나라의 스윙댄스는 소셜댄스의 기본적인 매너가 상당 부분 생략되어 있다. '소셜'이라 함은 댄스를 목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목적인데, 마치 기타를 배우는 것처럼 기술 습득이 목적이 되고 파트너는 도구가 되어버리는 듯 하다. 외국이라고 이런 문제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보다는 소셜 문화가 잘 정착된 편이다. 아무말 없이 손만 삐쭉 내밀지 말고, 인사도 하고, 이름도 묻고, 가능하다면 틈틈이 대화도 해보자. 이 정도는 중학교 때 배운 영어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4-3. 새로운 친구를 만들자.

앞서 언급한 행사의 목적에 따라 유형이 조금씩 달라지기는 하지만,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어느 행사나 공통적으로 익스체인지(exchange: 교류)의 성격을 갖는다. 한국 댄서들과 춤추고 밥먹고 술마시는건 한국에서도 할 수 있다. 가능하면 외국 댄서들과 어울리고, 행사에서 제공하는 부속행사가 있다면 꼭 참석하자. 언어가 잘 통하지 않더라도 댄서는 댄서에게 비교적 관대하니 일단 부딪혀 보자.

4-4. 춤을 2번 추는 것이 기본인 문화가 있다.

일부 해외 스윙씬에 존재하는, 우리와 가장 큰 문화적 차이는 춤을 최소 2번 연속으로 추는 것이 기본 매너라는 것이다. 처음 만나는 파트너와는 한 곡만으로는 서로를 잘 알지 못한다는 취지인데, 반대로 그런 문화권에서 한 곡만 추고 돌아선다면 '당신과는 더 춤을 추고 싶지 않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이러한 문화는 국가마다 다르기 때문에 우리뿐 아니라 그렇지 않은 문화에서 온 다른 외국인 댄서도 혼동하는 부분이다. 개인적으로는 문화에 상관 없이 처음 보는 댄서와는 두 곡 이상 추기를 추천한다. 춤을 권하는 것이야말로 플로어에서 표현할 수 있는 최대의 호감 표시니까.


댓글

  1. 4-4) 실제로 프랑스에 갔을때도.. 놀러온 미국인하고 얘기하면서 북유럽 어딘가에는 꼭 춤을 두곡씩 춰야하는 문화가 있데, 되게 웃기지 않아? 이런 얘기를 들어서 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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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뭐 나는 익숙해지니까 나름대로 좋더라고. 한 곡 끝났을 때의 묘한 긴장감도 있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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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잘봤습니다. 허랭 가려는데 많은 도움이 될것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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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호불호가 좀 심하게 갈리는 편이긴 한데, 개인적으로는 허랭 정말 강추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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