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2010] day1

2010.7.31

Herräng Dance Camp가 열리는 Herräng은 Stockholm에서 차로 2시간 정도 떨어진 시골 마을이다. 비용 절감을 위해서, 그리고 스웨덴에서 버스로 시외 여행을 해보는 경험을 위해서, 버스를 2번 갈아타는 경로를 선택할 수도 있지만, 우리처럼 주말에 도착할 경우 버스가 일찍 끊기기 때문에 캠프에서 제공하는 Airport Pick-up Service를 이용할 수 밖에 없다. 캠프 자원봉사자가 참가자들의 수요에 따라서 주기적으로 Arlanda 공항과 캠프를 연결하는데, 합리적인 가격에 편하게 캠프까지 도착할 수 있으므로, 왠만하면 캠프행은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


동승한 다른 캠프 참가자들과 이런 저런 얘기도 하고 정보도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는데, 우리도 몇 년째 참가중이라는 남자에게서 유용한 얘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는데, 지금도 유럽에서 왕성히 활동하고 있는 강사급 댄서이기도 하다. 그리고 드디어 도착한 마을 어귀, 단순한 마을 이정표일 뿐인데도 가슴이 이렇게 설레인다.




도착하면 우선 강습, 숙박 등에 대한 등록을 한다. 캠프의 주요 활동은 Folkets Hus에서 이루어 지는데, 등록 사무실도 이 곳에 위치하며, 등록 시간이 아닐 때는 일반적인 안내 등의 사무실로 이용된다. 우리는 강습 없이 private accommodation만 신청했으므로, 신분증과 약도만 받고 간단히 등록을 끝내고 나왔다.




Folkets Hus 입구, 그리고 등록 사무실 벽면에는 각종 정보가 모여 있는데, 오늘의 일정, 버스 시간표, shop 별 운영 시간 등 필요한 모든 정보가 있다고 본다. 그래서 꼭 필요한 정보가 없더라도 아침에 일어나면 신문 읽듯 한번씩 지나치게 된다. 특히 운영시간은 휴대폰 사진으로 저장해 두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캠프에서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숙소는 공동숙소(public accommodation)로 2층 침대가 가득찬 건물이나 체육관의 침대 하나를 배정받게 된다. 샤워나 화장실은 당연히 공동 사용이고, 유럽인들 특유의 자유분방함 때문에 남여가 함께 생활하고, 아무데서나 옷을 갈아입고, 가끔은 샤워도 함께 하기 때문에, 공동숙소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맞은편 침대의 금발의 미소녀 때문에 두근거리는 아침을 맞이했다는 후기도 있다.

개인 화장실, 혹은 2~3개의 방이 함께 사용하고, 자물쇠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물품 분실 위험이 적은 개인숙소(private accommodation)은 비용이 다소 높지만, 안락함이나 편리성 등을 생각하면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다. 댄스 캠프이기 때문에 샤워하고 옷을 입고 꾸미는 시간이 꽤 있는데, 공동 사용하게 되면 아무래도 불편한 점이 많다.

같은 개인숙소라고 하더라도 캠프에서의 거리에 따라 편의성이 확연하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사전 등록 시 경쟁이 꽤 치열하다. 나는 미리 캠프에서의 거리 및 화장실 유무, 잠금 가능 여부를 파악하고 꽤 좋은 방을 예약할 수 있었고, 워낙 마음에 들어서 2013년 재방문 시 다시 이용하게 되었다. 개인숙소는 마을 주민이 용돈 벌이 쯤으로 캠프에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형태나 구성에 차이가 많다. 차고, 헛간 등을 개조한 경우도 많기 때문에, 입구 쪽 방을 쓰는 사람들은 문을 잠그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가 머문 방은 사우나실을 개조한 듯 아늑한 편이었는데 공기가 약간 답답한 편이었다. 그래서 2013년에는 같은 집이지만 공간이 넓고 독립된 출구가 있는 차고를 선택했다.


캠프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캠프 공식 식당인데 뷔페식인데다 음식이 잘 나오는 편이라 가장 든든하게 먹을 수 있지만 가장 비싸고 1주일 단위로 구매하게 된다. 두 번째 Folkets Hus 내의 bar나 cafe에서 판매하는 음식으로 강습이나 파티에서 사용하는 플로어에 인접해 있으므로 빨리 끼니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세번째는 마을 외곽의 kiosk인데 핫도그, 햄버거, 라자니아 등을 판매한다. 네번째는 가장 저렴한 방법으로 kiosk 반대편의 마트에서 식재료를 구입해서 개인숙소의 주방, 공동숙소의 공동주방 등에서 직접 조리해 먹는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2010년에는 없었지만 2013년에 보니 마트 앞에 아시안푸드트럭이 생겨서, 가장 인기있는 장소가 되어 있었다. 캠프 특성 상 밤새 파티를 하고 아침에 들어가서 점심 쯤 일어나는 패턴이 반복되기 때문에 강습을 안듣는 파티족들은 정해진 시간에 먹어야 하는 공식 식당의 이용이 용이하지 않다.


플로어는 건물 내 세 곳이 있는데, 1층, 2층, 1층 도서관으로, 2층이 메인 행사장, 1층 도서관이 블루스 등의 테마를 진행하는 곳으로 사용된다. 댄스캠프인데, 내가 춤추느라 바빠서 춤추는 사진, 심지어 플로어에서 찍은 사진도 몇 장 없다.


스웨덴의 여름은 해가 길다. 자정이 넘어도 밖은 낮처럼 환하고, 2~3시간의 밤이 지나면 아침이 일찍 찾아온다. 밤새 춤을 추고 피곤한 발을 이끌고 몽롱한 기분으로 bar에 앉아 맥주 한 병에 따뜻한 스프 한 그릇을 나눠 먹고 있노라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피로감이 몸을 감싼다. 소근소근 떠드는 댄서들, 웃음소리, 악기를 다루는 댄서들이 즉흥적으로 만드는 잼, 모든 행복한 소리가 그 좁은 공간에 가득 찬다.


낮에는 우리나라의 봄이나 가을처럼 반팔을 입기도 하는 활동하기 좋은 날씨이지만, 일교차가 커서 밤에는 꽤 추워진다. 파티에 가면서 두툼한 가죽자켓을 입은 외국 애들을 보면서 의아해 했는데, 그들의 캠프 노우하우가 이해되는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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