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We LIndy Hop Phuket



Dance & Tour 의 "JP馬군의 We Lindy Hop the World" 연재 칼럼입니다.

한번 갔던 여행지는 다시 안가는 편이다. 다시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건 전혀 아니고, 세계는 넓고 가보고 싶은 곳은 너무 많아서이다. 글을 쓰는 2015년 지금까지 다시 방문한 여행지가 두 군데인데, 하나는 허랭댄스캠프의 스위덴 허랭이고, 다른 하나는 태국의 푸켓이다.

푸켓에 뭐가 있냐면 내 스윙댄스 동기누나가 살고 있다. 서른 너머 함께 신세계에 발을 담궜던 新절친들이 함께 처음으로,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갔던 곳이 푸켓이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나고 누나는 여전히 푸켓에 살고 있고, 토마스는 폴란드로 가서 식당을 차렸다. 중간 지점인 중국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만나자던 농담은 뒤로 하고, 토마스는 폴라드에서, 나는 한국에서, 푸켓으로 날아와 트리사라 누나를 만났다.

* Geographic Midpoint Calculator: http://www.geomidpoint.com


Day 1: 다금바리
2012. 2. 29. 수.


동남아 관광에서 내가 얻고자 하는 바는 분명하다. 휴양과 음식. 동남아 어디에 머물더라도 맛있는 음식은 찾을 수 있으니, 풀이 있는 적당한 가격대의 호텔만 찾으면 준비는 거의 다 된거다. 트리사라 누나가 추천한 B-Lay Tong은 그런 의미에서 여러가지 이유로 흡족한 호텔이었다. 적당한 가겪대에 깔끔한 객실, 호텔 메인 풀이 있고, 작지만 객식에 붙어 있는 풀이 또 있다. 경험해 보기 전엔 몰랐는데 객실에 딸린 풀은 신세계였다. 의자에 앉아 쉬면서 맥주를 홀짝이다가 언제든지 물 속을 뛰어들 수 있고, 약간의 위험을 조심하기만 하면 음주물놀이를 실컷 만끽할 수 있는 곳.

* B-Lay Tong: http://www.b-laytong.com/


숙소에 짐을 풀고, 1분이라도 빨리 첫 끼를 시작해야 한 끼라도 더 먹을 수 있다는 집념으로 첫번째 식당으로 향했다. 가다가 이런 사원이 나왔으나 미안하지만 우리는 오늘 사원을 보러 온 것이 아니다.


이 다금바리를 먹기 위해서다. 한국인이 한국관광객을 대상으로 한국에서는 비싸서 먹기 힘든 다금바리를 판매하는 것이다. 나중에 조사한 바로는 다금바리와 같은 과(?)이긴 하지만 우리나라 제주도 근방에서 잡히는 다금바리와는 다른 생선이라는 말을 본 것 같지만, 여행 와서 그런거 일일이 따지면 재미 없다. 지금 이 순간 만큼은 단순하게 이게 그 귀한 다금바리구나 하고 먹고 즐기면 되는거다.

* 미가도: http://www.slideshare.net/phuketmikado/introduce-3548771



imported 처음처럼과 Singha 소맥이 푸펫에서 먹는 다금바리와 잘 어울린다.


Day 2: lesson
2012. 3. 1. 목.


SNS에나 블로그에는 즐거운 일상만 올리는 것이 정석이지만 이번 푸켓 여행에서 이 날 만큼은 포장의 여지가 없다. 사소한 싸움으로 만 하루 이상을 통채로 날렸으니까. 그래서 호텔 밖 해변가에서 혼자 맥주를 마시다가 찍어본 이 사진 한장이 이 날의 유일한 사진이다. 이 떄부터 우리는 여행에서 싸우는 것에 대한 선을 긋게 된다. 가능하면 싸우지 말것. 싸우더라도 가능한 빨리 해결(?)할 것. 공감대는 형성되었지만 둘 사이의 적당한 타협점을 찾으려면 몇 번의 시행착오가 더 필요할 것이다. 댓가는 크지만 어차피 인생은 치른 댓가만큼 배워가는 거다. 일단 그렇게 생각하는 거다.


Day 3: Phi Phi Island
2012. 3. 2. 금.

2005년 푸켓을 찾았을 때 당시 일행 모두 피피섬에 대한 인상이 무척 좋았다. 사실 누나네 집에 들르고 식당에서 밥을 먹은 것 빼고는 피피섬 외 푸켓 지역에서 별로 한 일이 없으니 그럴만도 하다. 어쨌든 그래서 우리는 이번에도 피피섬에서 하룻밤을 지내기로 했다.


태국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개로 환생한다고 한다. 고양이도 비슷하게 믿어지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래서인지 이 동네의 개들은 '개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이 딱 맞아떨어진다. 인도에 대자로 누워 자고 있어도 인간들이 군소리 없이 피해 다니고, 곳곳에 제삿밥이 널려 있다. 세상에서 가장 게으른 생명체는 더운 지방의 개가 아닌가 싶다.


6년이 지났지만 피피섬은 모든게 그대로인 것 같다. 사람도 게으르고, 개도 게으른 곳인데 세월이라고 게으르지 않겠나. 바닷가에 묶인 어선도 게을러 보이고 그 게으른 배의 게으른 선장은 심지어 보이지도 않는다.


점심은 간단한(?) 현지식으로. 이 맛에 태국에 온다.


B-Lay Tong만큼은 아니지만 피피섬의 숙소도 가격 대비 조식이나 편의 시설이 훌륭한 편이었다. 얼마나 좋은 호텔에 묵을 것인지는 그 호텔에서 얼마나 시간을 보낼 것인지 생각해보면 된다. Patong이 90%라면 피피섬은 50%다.


피피섬의 밤.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먹는다.

* Tonsai Seafood



하지만 디저트 배는 따로 달려 있지.


Day 4: 떠나요 피피섬
2012. 3. 3. 토.


태국식 볶음면 등 지역 음식이 곁들여진 American breakfast. 그 조합만으로 쌍엄지 척.


그녀는 푸켓의 해변에서 꼭 우크렐레를 치겠노라며 몇 주간 맹연습을 했다. 태국에서, 푸켓에서, 피피섬에서 마지막 아침.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지라고, 그녀는 굳이 나를 해변강 앉혀두고 선물이라며 우클렐레를 집어 들었다.

떠나요 둘이서 모든 걸 훌훌 버리고 피피섬 푸른 밤 그 별 아래


몇 번을 먹어도 물리지 않는 태국음식으로 점심을 먹고 푸켓으로 돌아왔다.


저녁을 먹기 전에 트리사라 누나가 안내한 곳은 푸켓 외곽의 한 마사지 샵. 손님이 오면 우선 다금바리를 먹이고, 피피섬에서 재우고, 가기 전에 마사지를 받게 하고, 비행기에 타기 전 배가 찢어지게 최후의 만찬을 먹이는 것이 누나의 손님 맞이 노우하우인 듯 했다. 패키지 여행을 좋아하지도 않고 해 본 적도 없지만 이런 패키지 여행이라면 해 볼만 한 것 같다.


그리고 배가 찢어지는 최후의 만찬. 재료가 잔뜩 진열된 가게 앞에서 먹고 싶은 재료를 고르고 조리 방식을 얘기하고 실내로 들어와 테이블에 앉아 있으면 하나씩 음식이 서빙된다. 우리는 트리사라 누나에게 전권을 위임했기 때문에 메뉴 하나하나가 들어올떄 마다 서프라이즈였고 만족스러웠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흡족한 식사였지만, 우리처럼 현지인 가이드에 가까운 누나가 우리 취향대로 원하는 일정을 맞춰주지 않는 이상 가보기 쉬운 곳은 아닐 것 같다. 주문도 어렵거니와 위치도 파통 해변에서 떨어진 내륙 쪽에 위치해 있다. 우리처럼 피피섬에 들어갔다가 파통이나 공항으로 돌아가는 길에 들르면 좋을 것 같다.

* Nakha Seafood: https://www.facebook.com/pages/Nakha-Seafood/156219727885340


동남아에 아직 못가본 곳도, 가보고 싶은 곳이 많다. 하지만 앞서도 말했듯이 내가 동남아 관광에서 얻고자 하는 바는 분명하다. 휴식과 음식. 그리고 이제 10년이 된 친구가 기다리는 곳이라면 세번째 푸켓 방문이 반드시 또 있을 듯 하다. 그게 3년이 되든, 5년이 되든, 행여 10년이 되더라도, 20년을 띄엄띄엄 알고지낸 우리는 함께한 소중한 추억 덕분에 또 깔깔 댈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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