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S2 출시 기념 기어S 사용기

나는 일반적인 의미의 얼리어답터와는 거리가 멀다. 새로운 전자제품에 대한 호기심은 왕성하지만, 선천적으로 과소비와는 거리가 멀어서, 꼭 필요한 경우만 구매하는 편이다. 대표적인 예가 스마트폰인데,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전 삼성 갤럭시S를 출시 직후 구매했다. 투자만큼 활용할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으로 스마트폰을 바꾸는데는 관심이 별로 없었다. 내가 필요한 기능은 스마트폰 초기 모델이 태생적으로 이미 모두 갖추고 있었고, 다만 앱이 무거워지거나 스마트폰 자체의 수명(?)에 따라 어쩔 수 없이 2년 정도 간격으로 바꿀 뿐이었다. 그래서 갤럭시S, 갤럭시R (갤럭시S2.5쯤 되는 저가형 모델), 그리고 지금의 갤럭시S4를 아직까지 잘 쓰고 있다.

그러던중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첫번째로 스마트워치가 출시되기 시작했다. 일단 사고 싶었다. 그리고 실제로 사게 되면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게 구매를 위한 핑계이건, 현실적인 분석이건 간에 내가 내린 결론은 YES였다. 의외로 단순한 최종 공식은 "마라톤용+a >= 비용"이었다.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장비를 구입하는데 있어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에 비해 관대한 편이다. 마라톤의 경우에는 장비의 수를 줄이고 경량화하는게 목표다. 스마트워치를 사용하게 되면 기존의 헤드폰일체형MP3(스마트폰이 자동 재부팅 등 예외가 많아서 일부러 따로 썼다.) + 스마트폰 in 암밴드 + 마라톤시계를 대체할 수 있다. 그것이 4시간 동안 이어지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느껴지는 100g의 차이라면, 그 차이는 뛰어보지 않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내가 기어S를 차고 다니는 걸 보고 사람들이 종종 묻는다. "좋아요?" "어떻게 사용하세요?" 보통 지나가면서 건네는 말들이 대부분이라, 나는 간결하면서도 의도가 잘 전달되도록 말하려고 노력한다. "저는 마라톤 때문에 샀는데, 그 외에는 비용 대비 쓸모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정확히 말하자면 "저는 쓸모가 있는데 그 쓸모가 다른 분들에게도 해당되는지 잘 모르겠어요"이다. 그래서 오랜만의 한가한 주말을 맞아 이 글을 쓴다. 원래 리뷰를 챙겨 쓰는 편이 아니지만, 일종의 FAQ랄까. 기어S2 리뷰 중 이런 표현을 봤다. '기어S2가 나오기까지 기어S 등 초기 모델에 비용을 투자해주신 호갱님들의 기여가 크다'고. 기어S2가 나오는 마당에 이제는 은퇴할 위기에 있는, 반년 동안 사용한 기어S의 '쓸모'를 쓸모도(?) 순으로 정리해 봤다.

1. 달리기 : 음악 + 거리 및 페이스 측정 + 경로 기록 + 긴급통화

이론적으로는 스마트워치와 블루투스 헤드폰만 있으면 러너가 필요한 모든 기능이 제공된다. 지금까지 대체로 만족하고 사용하고 있으나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배터리 용량이 작다. 기어S 구매후 부푼 마음으로 오랜만에 풀코스를 출전했는데, 하프코스 지점에서 배터리가 끝나 버려서, 나머지 2시간을 음악도 없이 지루한 싸움을 계속해야 했다. 일단 하프까지만 사용하고 보조배터리를 함께 가져가는 것으로 대처중. 둘째, 기능이 부족하다. 기어S에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달리기용 앱이 Nike Running이고 다른 앱이 전무하다보니 유일하게 사용하고 있는데, 현재 페이스와 경과시간이 화면에만 보이고 음성으로 지원되지 않는다. (스마트폰은 지원했던 것으로 기억함) 화면도 페이승와 경과시간이 다른 정보와 번갈아 표시되는 방식이라서, 원하는 정보를 보기 위해서는 달리는 도중 한참을 화면을 보고 있어야 한다. 마라톤시계를 병행 사용하면서 앱 기능 개선을 기대중.

2. 통화

기어S는 별도의 전화번호가 부여되는 독립된 전화기이다.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전화기가 2대인 셈인데 착신 전환으로 묶게 되면 동시에 사용은 불가능하다. (약간 복잡한 얘기이므로 여기선 생략) 그럼 어떤 경우에 편리하냐 하면, 잠시 휴대폰을 두고 나왔을 때다. 기어S와 스마트폰은 기본적으로 블루투스로 연결되는데, 이 연결이 끊어지면 연결 형식을 3G로 바꾸면서 사용자가 스마트폰으로부터 멀어졌다고 가정하고 착신전환을 와치모드로 전환한다.

3. 알림

기어S는 스마트폰의 notification을 설정에 따라 선택적으로 전달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일정 안내 등 중요한 알림을 설정해 놓으면 스마트폰을 항상 쳐다보고 있지 않아도 놓치지 않고 확인할 수 있다. 메신저의 경우 알림이 뜨면 지난 대화 내용은 대화창을 열어야 확인할 수 있지만, 기어S는 알림 내용을 따로 모아놓기 때문에 대화창을 열지 않고도 대화 내용을 확인 할 수 있다. 카톡의 경우 '1'이 사라지지 않게 하면서 메시지를 볼 수 있다. 또, 지하철 등에서 스마트폰이 주머니나 가방에 들어 있을 때 알람이 오면, 우선 기어S에서 어떤 내용인지 확인하고, 스마트폰을 꺼낼지 무시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다.

4. 타이머

양치질을 할 떄 3분 설정을 하거나, 웨이트 트레이닝에서 세트 간 휴식 시간을 1분으로 설정하는 등 타이머로 사용할 수 있다. 별거 아닌것 같은 기능이고, 스마트폰이나 다른 장치에도 기본적으로 있는 기능이지만, 항상 몸에 지니고 있으면서 진동으로 알려준다는 차이에서 의미가 달라진다.

5. 스마트폰 제어

스윙댄스 강습을 하다 보면 강습에 사용하는 음악을 재생하고 중지하기 위해, 보통 구석에 위치한 음향기기까지 뛰어다니는 일이 종종 있다.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재생하고 기어S로 제어하면 중앙에서 진행하면서 끊김 없이 강습을 진행할 수 있다. 그 외에 카메라나 녹음기도 제어가 가능하다.

6. 농땡이

강연 중에 스마트폰을 보고 있으면 딴짓을 하고 있는게 확연히 드러나지만, 시계를 보는 척 신문기사를 보거나 게임을 하면 그렇게 나쁜 짓은 아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