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약 드실 시간이에요

간호사들이 아버지를 '할아버지'라고 부른다. 간호사들이 나이 많은 환자들을 애들 다루듯 대하는 건 나름의 업무 상의 이유가 있는 것 같지만, '할아버지'라는 호칭은 왠지 어색하다.

실제로 손주가 여섯이나 있고 큰 손주가 취업 중비 중인 장성한 나이니, 할아버지가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껴지는 어색함이 무언지 생각해보니, 누군가 나의 아버지를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걸 처음 들어본 것 같다.

연세가 많이 드신 건 알았지만 이런 식으로 느껴본 건 처음이다. 아버지는 이제 길가던 사람이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연세가 되신거다. 

그래서인지, 치료 때문에 염색을 못해서 처음으로 드러낸 아버지의 백발에 자꾸만 시선이 돌아간다. 나에게 아버지는 갑자기 80세 아버지가 되었다. 너무도 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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