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자도) 김밥옆구리앤생선구이 ★★★★★

제주 제주시 추자면 추자로 52-1 김밥옆구리 


  • 김밥이라는 상호에 속으면(?) 큰 일(?) 나는 생선구이 맛집. 낚시에 진심인 남자사장님이 직접 잡으신 생선과 사당에서 오랫동안 김밥집을 운영하신 여자사장님 솜씨의 콜라보. 추자도 MUST-EAT. 열기 15000원.


2024-05-17 FRI



올레길 17-1, 2 코스 전 아침식사. 


추자도에서 처음 맞는 아침. 마지막이 될 줄은 이 때까지 몰랐다. 



추자도 전체가 워낙 식당이 없는 곳인데 아침 7시에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은 더 참기 힘들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곳이 김밥옆구리. 정체성이 모호한 식당을 좋아하지 않고, 상호의 네이밍 센스도 이를 반영한다고 믿는 편인데 바로 대표적인 예다. 추자도까지 와서 김밥집, 게다가 생선구이를 한다고? 그래도 추자도인데 김밥집에서 굽는 생선이 완전 허접하지는 않겠지 하고 들어갔는데, (몇 곳 안가봤지만) 추자도 최고 맛집을 찾았다. 어르신들의 작명방식은 나름 직관이 좋다고 자부하는 나 따위가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닌 것이다. 


안쪽에 중국집을 연상케 하는 빨간 메뉴판에 메뉴가 빽빽하게 써있다. 이것도 사실 아직까지는 불안요소였다. 백종원 님이 늘 하는 말 아닌가? "메뉴 수를 줄이세요"



메뉴를 찬찬히 보니 깁밥, 한식 등 일반적인 체인형 김밥집의 메뉴들인데 종류 수가 엄청나다. 특이점이라면 낚시꾼들은 겨냥한 듯한 안주류가 있다는 것과 추자도 특산물인 거북손을 사용한 음식들이 있다는 것. 거북손은 어제 먹었고, 서울에서도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먹기 싫다. 한 끼도 대충 먹는 법이 없는 나에겐 참 난해한 구성이다. 그나마 눈이 가는 것이 중앙 하단에 종이로 따로 붙인 생선구이인데, 공교롭게 나는 조기처럼 작은 생선은 더 좋아하질 않는다. 학꽁치 회덮밥으로 머릿속이 정리 되어 갈 쯤 사장님이 생선구이를 추천해 주셨고, 기왕 이렇게 된거 뭔지도 모르지만 열기(볼락)이라는 걸 먹어보자고 주문했다. 


마침 말동무가 필요하셨는지 사장님이 본인과 추자도에 얽힌 얘기를 한참 해주셨는데 현재 내가 알고 있는 추자도에 대한 정보가 대부분 이 때 얻은 것일 만큼 유익하고 흥미로웠다. 위 사진을 찍을 때는 몰랐는데 지금 보니 그 때 들은 얘기의 요약본인 셈이다. 사장님은 추자도에 오기 전 사당 근처에서 김밥집을 하셨고, 남편분은 낚시광. 전국의 바다를 돌며 낚시를 하셨고, 추자도에서 인생 포인트를 찾아 이주까지 결심을 하셨다. 여기서 개인적으로 공감이 되는 부분이 있어서 매우 몰입. 사장님도 따라 오기는 했는데 외롭기도 하고 텃세도 심해서 정을 못 붙이고 혼자라도 서울로 돌아갈까 고민할 때, 수완 좋은 남편 분이 지금의 가게 자리를 구해서 장사를 하시게 되었단다. 섬사람들의 외지인에 대한 텃세 얘기에 곁들여 추자도를 오가는 페리에 대한 불만도 들었는데, 사실 추자도는 항운사 입장에서 수익성이 있는 곳이 아닌데 정부 정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목포, 진도, 제주를 사이에 들른다는 것. 그래서 조금이라도 날씨가 나쁘거나 하면 그 핑계로 건너뛰고 가기 일쑤라고 한다. 아 그래서 내가 추자도 들어오기가 그렇게 힘들었구나. 내가 "시간이 애매해서 올레길을 걸으려면 2박을 하는 수 밖에 없다"고 불만을 토로할 즈음에 사장님 왈, "새로운 배 편이 지난주에 생겼다"고! 그래서 원래 내일 나가려던 것을 코스를 빨리 끝내고 오늘 나가는 일정으 급변경 하게 된다. 


역시 낚시광의 포스가 넘치는 남자 사장님 사진들. 


수십 년 김밥집 하신 가닥이 밑반찬부터 느낄 수 있고. 


생선구이를 주문하면 무려 해물순두부가 함께 나온다. 

열기(볼락) 15

찌개가 같이 나온다지만 이게 만오천원이라고. 참고로 생선, 특히 조기 류를 별로 안좋아하다 보니 가격 개념도 별로 없다. 




'어 나 이거 안 좋아하는데 왜 맛있지?' 살을 발라서 한 입 넣는데 상당히 놀라웠다. 사장님 말씀이 전문 어부들이 망으로 잡으면 수확 과정에서 살이 물러지는데, 남자 사장님이 직접 낚시로 잡기 때문에 식감이 다르다는 것이다. 얼마나 신빙성 있는 얘기인지는 모르겠지만 탄력 넘치는 살이 입 안에 있는데 믿을 수 밖에 없었다. 


찌개도 굳. 맛도 좋고, 정보도 얻고, 재미있는 얘기도 듣고, 보람찬 아침식시였다. 


열기와 볼락은 사실 다르다고. 


이제 가볼까? 


내가 가끔 먹어서 아는데 허쉬초콜렛드링크는 육지 편의점에서 정가 1200원 하는 걸 거의 항상 이벤트 가격 1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추자도 물가 이해에 참고. 


커피류도 비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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