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We Lindy Hop Seattle


Dance & Tour의 "JP馬군의 We Lindy Hop the World" 연재 칼럼입니다.

신혼여행도 다녀왔겠다, 이제 본격적으로 아시아 외 지역 투어를 다녀도 법적, 문화적(?) 하자가 없는 신분. Herräng은 다녀왔고, ILHC나 ULHS 같은 대회 중심의 행사는 싫고, 미쿡 여행이라고는 미국령 괌에 가본게 전부인 나는 Seattle에서 열리는 제법 큰 규모의 행사인 Camp Jitterbug이 눈에 들어왔다. 아직은 해외 행사에 참석하는 한국 댄서들이 많지 않은 시절이라, 추억의 다음 카페 뻔3를 통해 수소문한 참가자 중 우리가 아는 이는 많지 않았다. 얼굴과 닉 정도만 겨우 알아서, 팔로워는 눈인사, 리더는 못본체 해왔던 그들. 이제는 먹방가족이 된 스톰과 까미, '전설의 한댄스' 한병수씨, 그리고 크레이지의 미친흥팔로워 볼터치와 함께 Seattle 원정대를 구성한다.

* Camp Jitterbug: http://www.campjitterbug.com/


Day 1: Jump Session Show

2011. 5. 27 (금)

미국이라고 하면 비자 발급이나 입국 절차가 까다롭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준비부터 신경이 많이 쓰였다. ESTA (전자여행허가제) 가 도입된 이후로는 많이 단순해졌다고는 하는데, 내가 제대로 하긴 한건지, 기껏 비행기 타고 미국 공항까지 가서 입국 거부당하는 건 아닌지지, 미국 여해 촌놈은 불안하기만 했다. 참고로, ESTA 발급 받는다고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면 마치 공식 발급사이트인 것처럼 꾸며서 수수료를 왕창 떼는 곳들이 많은데, 절차가 간단해서 절대 대행을 할 필요 없다. 주소가 .gov로 끝나는지 확인하자.

* ESTA: https://esta.cbp.dhs.gov/esta/

Camp Jitterbug은 Jump Session Show가 함께 열린다. 그래서 공식 명칭(?)도 Camp Jitterbug & The Jump Session Show이다. 2000년대 중반쯤 스웨덴의 공연팀인 Harlem Hotshot이 한국에 와서 1시간여 스윙댄스 공연을 할 때만 해도 한국댄서들에겐 꽤 색다른 경험이었는데, 전세계의 내로라하는 댄서들이 모여 공연을 하는 Jump Session Show가 바로 첫날의 일정이었다.

우린 아직 어색했어요
Benoraya Hall에서 저녁 7시부터 2시간 30분간 Jump Session Show가 이어졌다. 다른 사람으 춤을 추는 걸 장시간 보는게 재미있으려나 조금 걱정했는데, 심지어 그런 나 조차도 지루할 새가 없을 만큼 짜임새 있는 구성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건 린디합의 태생에서 쇠퇴, 부활까지를 춤으로 보여준 부분이었다.


그리고 새벽 2시까지 소셜댄스가 이어졌는데, 원래 음악 콘서트를 위한 극장이다 보니 딱히 춤추기 좋은 환경은 아니었다. 하지만 멋진 공연을 보고 나서 들뜬 마음 때문인지, 2시간 넘게 좌석에 갇혀있던 발 때문인지, 사람들은 모두 흥이 넘쳤다.


중간에 Jack & Jill 예선이 있었는데 파트너 중 한 명이 Jo였다. 나름 배려한다고 플로어 중 어느 부분에서 추겠냐고 물었다. 욕심 있는 참가자들은 심사위원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혹은 카메라에 잘 잡히기 위해서 선호하는 자리가 있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대회에 참가할 때마다 물어보곤 한다. 그런데, 얄밉지 않은 자신감이 가득한 그녀의 한마디는 "I'm flexible."


Day 2: Show me what you got

2011. 5. 28 (토)

숙소는 스톰이 알아본 Best Western Loyal Inn에서 묵었는데, 그 때부터 이 녀석의 기준은 분명했다. 저렴하고 음식(아침)이 잘 나올 것. 그리고 정말 저렴하고 잘나왔다. 춤을 추다가 새벽 몇 시에 들어가건 반드시 일어나서 아침을 먹었다.


원래 워크샵에는 관심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들을 수 밖에 없었다. 당시 Camp Jitterbug에는 party pass 제도가 없어서 현장 입장하려면 다른 사람이 빠질 때까지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데, 들리는 말로는 새벽 2시까지 기다린 적도 있단다. 그래서 나는 이 날 난생 처음 오디션(레벨 테스트)을 보게 된다. 최상위 master 레벨부터 tap in 방식으로 잘 추는 사람을 골라내는 방식인데, 뽑히지 않은 사람은 차상위 레벨인 advanced plus 레벨 지원자와 다시 테스트를 하게 된다. 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 tap in 방식이 정말 피를 말린다. 여유라고는 찾아보기 힘들고, 어떻게라도 자신을 부각시키기 위한 온갖 처절한 노력이 난무한다. 한 편, 자신이 원했던 레벨이 들지 못한 지원자들의 대놓고 불만스런 표정을 보는 재미도 꽤 있었다.


강습은 주로 Century Ballroom에서 있었는데, Seattle이나 미국 스윙댄스 씬에서 꽤 의미가 있는 곳인 것 같았다. 예전에 이 곳 폐쇄를 막기 위한 댄서들의 모금 운동까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 Century Ballroom: http://www.centuryballroom.com/home/


강습이 끝나고 점심이나 저녁은 메인 행사장 격인 Knights of Columbus에 설치된 간이 식당에서 테이크아웃을 하거나, 주변 식당에서 알아서 먹는 방식이다. 역사가 짧은 미국은 전통식이랄게 없어서 대부분 태국이나 멕시코 같은 아시아나 남미 음식을 많이 먹었는데, 일행들 모두 입맛이나 취향이 비슷해서 먹는 시간이 매우 즐거웠다. 단 한 명만 빼고.


그런데 이 분은 테이크아웃도 별로였나보다.


저녁 파티는 Temple De Hirschi라는 곳에서 열렸는데, 우선 장소가 꽤 넓어서 춤추기는 좋은 편이었다. 그리고 음원으로만 듣던 Jonathan Stout & His Campus Five.



Day 3: Show me what you got - part 2

2011. 5. 29 (일)

워크샵 레벨에 따라 색깔이 다른 손목띠를 나눠주는데 이 때문에 재미있는 일이 벌어진다. 처음 만나는 댄서들이 많다 보니 일단 새로운 댄서를 만나면 춤추기 전에 손목부터 보게 되는 것이다. 가능하면 잘 추는 댄서와 추기 위해, 때로는 자신보다 실력이 뛰어난 댄서를 피하기 위해서 손목부터 쳐다본다. 나는 그런 부분에 신경을 안쓰는 편이었는데 어쩌다보니 춤을 추던 팔로워 손목의 띠가 뒤집어져서 색깔이 아래로 내려가 안보이는 것을 발견했다. 자기는 이런 시스템이 싫다나. 이해되는 부분이다.


셋째날도 아침을 먹고 워크샵을 듣고, 점심을 먹고, 워크샵을 듣고, 저녁을 먹고, 파티를 가는 유사한 일정이었다. 그리고 새벽 1시에 Washington Hall로 자리를 옮겨서 5시까지 late night party를 한다. 그리고 이 날은 조금 특별한 순서가 있었는데 스타급 댄서들이 주축으로 등장하는 패션쇼였다. 그리고 그 대망의 피날레는 Kevin 형님.

photo by 볼터치

Day 4: chill out

2011. 5. 30. (월)

행사의 마지막인 월요일엔 정규 강습은 없고 레벨 구분이 없는 일종의 오픈 클래스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린디합 계의 절대 1순위 아이돌 Skye와 Frida의 강습을 들었는데, Herräng에서 청강을 한게 전부였지만 이들의 강습은 항상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치는 것 같다. 진지하면서도 장난스러운 Skye와 항상 유쾌하고 호탕한 Frida의 개성이, 그들이 가진 춤에 대한 열정에 더해진 느낌이다.


대부분의 행사가 그렇듯이 행사의 마지막 날은 조금 느슨한 분위기에서 서로 작별 인사를 나누고, 페이스북 친구를 맺고, 함께 셀피를 찍고, 그리고 스윙재즈가 아닌 소울 같은 음악에 장난스럽게 춤을 춘다. 그리고 그 독특한 분위기를 만든건 바로 이 댄서들로 이루어진 밴드. 댄서들을 춤추게 만드는 역할에 대한 매력을 느끼게 해주었다.

photo by 스톰

모든 행사 일정이 끝나고 우리 일행은 본격적인 먹방과 관광에 돌입했다. 첫번째 코스는 미국에 왔으니 미국 고기, 스테이크. 내가 고기를 남긴건 아마 처음이었을꺼야. 그보다 일행 중에 다 먹은 애가 스톰 밖에 없었어.

* Ruth's Chris Steak House: http://www.ruthschris.com/



Day 5: Kirkland adventure

2011. 5. 31. (화)


* Pike Place Market: http://www.pikeplacemarket.org/
* Pike Place Chowder: http://www.pikeplacechowder.com/


* Space Needle: http://www.spaceneedle.com/home/


* Union Square: http://www.unionsquareseattle.com/


* Chinatown: http://cidbia.org/

그렇게 우리의 Seattle 여행은 평화롭게 끝나는 듯 했다. 그런데 모두 뼛속까지 댄서들인지라 마지막날이라고 춤을 안추자니 뭔가 허전했나보다. Seattle 근처의 Kirkland에 소셜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서울에서 분당가는 느낌이겠거니 하고 올라탄 버스는 다리를 건너 1시간을 달리더니 인적은 커녕 불빛도 별로 없는 음산한 곳에 내려준다. 지도를 보고 또 한참을 걸어 가는데 지나가는 사람이 없는데, 오히려 사람이 나타나면 갱단이라도 마주칠까 오히려 겁나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Eastside Stomp가 소셜을 진행하는 Kirkland Dance Center에 도착했고, 버스 타고 걸어왔다는 우리를 다들 대견해 했다.


* Eastside Stomp: http://www.eastsidestomp.com/
* Kirkland Dance Center: http://www.kirklanddanc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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