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스윙캠프와 라이브밴드
이번 제주스윙캠프에서 음반을 3장 구매했습니다. Gordon Webster의 음반은 전 앨범을 지난 제주스윙캠프에서 구입한지라, 이번에는 Casey MacGill 앨범 한 장과 밴드 멤버가 일부 참여한 다른 밴드의 앨범들로 구매했습니다. 해외 스윙댄스 행사에 참석하면 꼭 음반을 구입해 오는 편인데, 가끔 '한국에서 구하기(?) 힘든거냐?'는 질문을 듣습니다. 아니오, 요즘 어둠의 경로로 구하지 못할 음원이란 거의 없습니다. 심지어 구매한 음반 중 일부는 저 역시 이미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들입니다. 애초에 질문이 잘못된거죠. 예술작품은 원래 돈을 주고 감상하는 거니까요.
그럼 왜 음반을 사느냐? 처음 춤을 추면서 음악을 모으기 시작했고, 부끄럽지만 그 중 대부분이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구한 것들입니다. 그러다가 잘못된 걸 깨달았지만 이미 한번에 바로잡기에는 너무 큰 부담이 되어버렸고, 차선책으로 선택한 것이 기회가 될 때마다 음반을 구매하면서 그 부담을 조금씩이라도 줄이는 것이었습니다.
저 혼자 하는 농담으로 고든웹스터캠프라고 할 정도로 제주스윙캠프에서 라이브밴드=고든웹스터밴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 되었습니다. 방향이 다소 편향되기는 했지만, 라이브 연주에 대한 저변 확대와 듣는 음악으로써 재즈의 이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번 캠프에는 Gordon Webster와 Casey MacGill이 초청되어 훌륭한 연주를 들려주었습니다. 지난 캠프에 참여했던 Boilermaker 만큼 국내에 잘 알려진 모던스윙재즈밴드는 아니지만, 그 이상의 경륜과 실력을 갖춘, "그 유명한" Casey MacGill이죠.
그런데 금요일 메인파티 중에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 Gordon Webster가 첫번째 타임을 마쳤을 뿐인데 댄서의 상당수가 빠져나갔고, Gordon Webster의 무대가 모두 끝난 후 "그" Casey MacGill이 한국에서 처음 연주하는 무대에는 어림잡아 50명 내외의 댄서가 남아있을 뿐이었습니다. 본인의 돈을 지불한 행사에서 선택 범위 내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행동을 하는 것은 절대 잘못된 일이 아니지만, 다만 그 상황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누구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우리 스윙댄스씬에서 밴드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 그 정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인식의 문제라면 쉽게 고쳐질 성격이 아닐겁니다. 스윙댄스 씬에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주도적으로 본인의 영향력 내에서 바꿔가는게 아마 최선이겠죠. 춤 출 체력이 남지 않았어도 자리에 남아 밴드의 연주를 감상하던 사람들, 다음날 파티에서 Casey MacGill의 무대에 더 큰 호응을 보냈던 사람들 모두 그런 노력들이었을 겁니다. 음악이 원래 좋아서, 처음에는 몰랐지만 춤을 추다 보니 음악이 좋아져서, 밴드와 댄서의 공생 관계를 이해하고 그 지속을 위해서, 이유가 어쨌건 간에 그게 밴드와 댄서의 관계인 것 같습니다.
외국 댄서들 눈에 한국 스윙댄스 씬은 상당히 특이한 곳입니다. 첫째는 다른 스윙댄스씬과 지리적으로 고립된 위치에 세계 최대 규모의 씬이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음악을 연주하는 스윙재즈밴드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는 것, 하나 더 추가하자면 씬의 규모에 비해 세계적으로 알려진 댄서가 적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어쩌면 정말 이상한 환경에서 춤을 추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Casey MacGill이건, 제가 골다공증이 심해지면 만들 JP밴드이건, 외국 밴드나, 국내 밴드나, 춤추기 좋던, 부족하던, 밴드가 댄서들에게 기여하는 바를 이해하지 못하면 그 토양에서 훌륭한 밴드가 자랄 수 없을 겁니다. 살아있는 음악과 호흡하지 못하면 그 춤은, 특히 스윙댄스는, 무언가 결핍된 춤이라는 건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Gordon Webster의 무대가 모두 끝난 후" 문구를 추가했습니다.
답글삭제마군님, 네오의 일상입니다. 좋은 글이라 생각됩니다. 감사해요.
답글삭제늦었지만 감사합니다. 이제는 많이 달라졌겠지만 당시에는 꽤나 아쉬운 상황이었습니다. [댓글알림이 꺼져서 1년치 댓댓글 다는 중입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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